"부처간 밥그릇 싸움 아니라 백신·기초연구 전문가 회의 결과물"
"국내 백신 역량 키우려면 10~15년 걸려, 당장 해야하는 최고 수준 연구도 있어"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3.26/뉴스1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19.3.26/뉴스1

"외부에서 보면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국내 백신, 기초연구 전문가들과 회의를 했고, 출연연·감염병연구소·대학 각각의 한계를 아울러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짜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이 지난해 12월29일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바이러스 연구소 결정 과정에 대해 밝힌 말이다.

바이러스 기초연구소와 국립감염병 연구소가 제각기 설립되는 것이 부처 간 경쟁의 결과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연구 전문가들이 효과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해 짜낸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염 부의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예산 다툼의 결과로 보는 것은 오해가 있다"며 "그랬다면 제가 막으려 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정부는 다음에 다가올지 모르는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바이러스 기초 연구소 설립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산하에 각각 '바이러스 기초연구소'와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세운다는 계획이 알려졌다. 이후 연구 기관이 두 개로 나눠져 비효율이 초래될 수 있다는 과학계 및 정치계의 우려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부처 간 경쟁의 산물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공통 기초연구에 특화하고, 국립감염병연구소는 방역현장 수요를 반영한 응용·임상 연구 중심으로 수행하되 상호 연구협력을 강화하기로 조율했다"며 "연구소는 역량과 장점 측면에서 서로 차이가 있어,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모두 필요하므로, 물리적인 기관 통합보다는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시너지를 내는 기능적 연계가 바람직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결국 바이러스 기초연구소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2개 연구단 규모의 조직이 됐다.

염 부의장은 "기초 연구까지 감염병 연구소에 주는 것이 하나의 방안일 텐데 감염병 연구소를 키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며 "감염병 전문 교수들의 판단에 따르면 (감염병) 대응 역량, 백신 역량을 일정 수준으로 만드는데 최소 10~15년이 걸린다. 감염병 연구소가 역량을 키우는 동안 최고 수준 연구자들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래서 IBS에 (바이러스 기초연구를) 맡겼다.

그의 평가에 따르면 화이자나 모더나의 mRNA 같은 첨단 백신에 대한 한국의 기초역량은 부족한 상황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전경(연구원 제공) /뉴스1
기초과학연구원(IBS) 전경(연구원 제공) /뉴스1

IBS는 장기적인 기초연구가 수행될 수 있도록, 개별 연구단에 대해 5년간의 첫 평가 후 3년 주기로 평가한다. 첫 평가에서는 연구 종료가 결정되지 않지만, 3년 후 평가에서는 연구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리고 연구 종료가 결정되더라도 2년간의 정리 연구 기간을 준다. 바이러스 기초연구소가 설립되면 적어도 10년간의 안정적인 연구가 보장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바이러스 기초연구소는 초대 소장을 선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염 부의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서 고육지책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유롭게 장기적으로하는 수준 높은 연구를 IBS로 분리한거고, 감염병 연구소에서는 기초연구외 나머지 연구를 조정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그간의 결정과정과 바이러스 연구·개발 구조를 설명하면서, 구조뿐 아니라 공공성을 지닌 감염병·미세먼지 대응 R&D 추진 체계 변화 또한 강조했다.

염 부의장의 제안은 책임 부처와 기관을 만들자는 것. 범부처 연구·개발 사업을 각 부처가 제각각 진행하고 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는 게 아니라, 책임 부처와 책임 연구 기관이 예산·업무를 주도적으로 조정하고 책임도 지는 구조다.

그는 "(제각기 연구를 진행하고) 협의체를 꾸려서 논의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며 "책임 부처와 책임 연구소 등에 대해서는 부처들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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