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새해 첫날 거론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두고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다. 여당은 물론 야당에서도 이 대표의 사면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사면론을 꺼낸 이 대표의 ‘진의(眞意)’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거론한 것에 대해 "신축년을 맞아 '국민 통합'을 새해 핵심 키워드로 생각하고 있다.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최선을 다해 '전진'과 '통합'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 말 대로라면 사면론을 제시한 것은 ‘국민통합’을 위해서다. 그리고 사면권이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적절한 시기가 오면 대통령께 건의 드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낸 진의가 ‘국민통합’이라면 여야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사회갈등이 지속되고, 팬데믹 상황에 국민 대다수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 여당 대표가 오로지 ‘국민통합’이라는 가치를 위해 비판을 감수하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런데 이 대표의 사면론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의문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우선 ‘국민통합’의 가치 기준의 근거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즉, 범죄를 저지르고 중형을 선고받아 복역중인 전직 대통령을 아무런 전제 없이 사면하는 것이 과연 힘들고 지친 국민들을 통합하는데 적절한가 하는 점이다.

다시말해 통합의 주체인 ‘국민’의 소리는 들어보지도 않고 이 대표 개인의 주관에 따라 ‘사면=국민통합’이라는 주장과 이해는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국민과 일부 여당 의원들이 주장하듯 국민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국격(國格)을 추락시킨 장본인들이 진정한 사과도 없는데, 그래도 사면을 하면 국민통합이 되는 것인가. 

이 대표는 균형시각이 필수인 언론인 출신으로 국무총리와 전남지사, 4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현재 여당 대표를 하고 있는 경륜의 정치가이다. 그런 이 대표가 전직 대통령 사면으로 국민통합이 된다고 생각했다면 ‘오판’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의심’은 두 가지 가정에서 제기된다. 하나는 이 대표가 사면론을 거론하기 전 두 차례나 문재인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는 점과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란 점에서 사전에 문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점이다. 즉, 임기 5년차를 맞는 문 대통령이 사면론을 언급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에 이 대표가 대신 ‘십자가’를 졌다는 추론이다.

다른 하나는 여당과 문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반전의 모멘텀을 만들거나 ‘또는 대선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전략적으로 띄웠다는 의혹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풀려나올 경우 보수야당내 계파간 대립으로 4월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 의원 대부분이 이 대표가 사면론을 꺼낼 줄을 사전에 몰랐다는 점에서 4월 선거를 겨냥한 전략적 카드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친문재인계 의원들은 명분 없는 사면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 대표의 사면론을 4월 선거용으로 의심하는 쪽은 국민의힘 등 보수야당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박근혜·이명박 전대통령의 사면을 반기면서도 정치적 의도를 경계한다.

결론적으로 어느 경우로 해석하든 이 대표의 사면론에는 ‘국민’이 빠져있다. 단지 ‘통합’이라는 이유로, 또는 ‘의도’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국민을 시험 대상에 올려놓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민심’은 시험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존중해야 하는 게 정치인의 기본이자 도리이다. 

박성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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