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위원 충원' 위해 회의 28일로 늦추고 공수처장도 추가 추천받기로…秋 제안이 결정적
"秋, 생각하는 사람 있는 듯"…기존 유력 후보 대신 '포스트 秋' 적임자 새로 내세울 가능성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18/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자추천위원회 5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12.18/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압축이 또다시 연기되면서 연내 공수처 출범은 사실상 무산됐다.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여당이 '속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공석인 야당 측 후보 추천위원을 충원한 뒤 논의를 재개하자는 제안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에서 공감대를 얻었다.

특히 이 같은 추천위의 결정에는 정부측 추천위워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의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배경이 주목된다.

일단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일정 연기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추 장관이 이렇게 확보된 시간에 새로운 공수처장 예비후보들을 추가로 추천하자고 제안했다는 점에서 여권이 준비한 새로운 인물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전날(18일) 오후 국회에서 5차 회의를 열고 격론을 벌인 끝에 야당 측 추천위원 충원을 위해 오는 28일 다시 6차 회의를 열고 후보 압축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5차 회의는 야당 측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 시행 직후 개최된 만큼 공수처장 후보 2인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5차 회의는 결론을 내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라고 후보 압축 강행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야당측은 결원 1명을 보충해 7명을 채운 상태에서 의결을 해야 한다며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는 등 반발을 이어갔다. 

하지만 막상 회의에서 추 장관이 야당 측 추천위원인 임정혁 변호사의 사임에 따라 국민의힘측에 결원 보충을 통보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입장을 감안해 회의를 한번 더 갖자는 제안을 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에 따라 추천위는 야당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오는 24일까지 임 변호사를 대체할 야당 측 추천위원을 충원하기로 하되, 충원이 되지 않더라도 28일 6차 회의에서는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추천위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추 장관이 '국회의장께서 요청하셨으니 회의를 한 번 더 하는게 맞지 않겠냐'고 했다"며 "그러자 여당측 추천위원들도 당황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여당측 추천위원들은 당초 이번 5차 회의에서 의결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단 추 장관이 절차적 정당성과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 결정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수처 출범 일정 지연을 감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야당측 추천위원 1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후보 압축에 나설 경우 향후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으니 연내 출범을 포기하더라도 명분은 만들어 놓고 가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추 장관이 새로운 공수처장 후보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일정 지연을 의도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다음 회의까지 열흘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기존 6명의 추천위원에게 추가 후보군을 추천받자고 추 장관이 직접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가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 자리에서 전격 사의를 표명한 추 장관이 공수처장 후보에 '포스트 추미애'를 앉히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는 지난달 18일 개최된 4차 회의에서 5표씩을 얻은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54·사법연수원 21기)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추천인 판사 출신 전현정 법무법인 케이씨엘 변호사(54·22기)가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추천위에서 선정한 최종 후보 2인 중 1인을 지명한다. 최종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직에 오른다.

한 추천위원은 통화에서 "기존 위원들이 (예비 후보를) 새로 좀 더 추천하자고 추 장관이 제안했다"며 "여러 가지 정황을 비춰보면 추 장관이 개인적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김진욱 선임연구관과 전현정 변호사 모두 '윤석열 검찰'을 견제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기에는 선이 굵지 않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이런 관측에 신중한 모습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추 장관 뿐만 아니라 다른 추천위원들도 새 후보를 추천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라며 "어느 분이 추가 추천을 하실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추 장관의 제안이 사전에 당과 조율된 것이냐는 질문에 "추 장관이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다 당이 뭐라고 말씀을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한 차례 더 미룬 만큼 민주당은 오는 28일 6차 회의에서 결론을 짓고 내년 초 공수처 출범을 관철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에서 2명의 후보를 추천,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는 방식으로 선출된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28일에는 무슨일이 있어도 공수처장 후보 2인을 의결하겠다는 전제 하에 추천위도 회의 일정을 연기한 것"이라며 "28일 최종 후보군이 확정되면 내년 초 공수처 출범도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 이후 공수처 소속 검사를 임명하는 공수처 인사위원회도 큰 문제 없이 구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위원장인 공수처장을 비롯해 총 7명으로 구성된다. 구체적으로는 공수처장과 차장, 공수처장이 임명한 1명, 여당 추천위원 2명, 야당 추천위원 2명인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와 달리 인사위는 재적위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이 가능해 야당의 반대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다.

추천위에서 후보자 2명 압축이 이뤄진 이후에는 사실상 공수처 출범을 저지할 방법이 사라지는 만큼 국민의힘은 남은 열흘 동안 야당 몫 추천위원 선정과 추가 후보군 추천에 집중할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제대로 뽑아서 공수처장을 최대한 중립적인 사람으로 뽑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아무리 민주당이 입맛대로 하더라도 법조인 중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여당이 하자는 대로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이지만 공수처장 인선에 관련해서 꼼꼼히 따질 수 있는 추천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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