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피의결 참여 부적절" 의견일치…무효여부는 엇갈려
"선례 없어 재판서 따질 것"…"가처분 재판 명분쌓기"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첫 기일은 법무부와 윤석열 총장 측이 징계위원 구성을 두고 공방을 벌이다 징계회부 사유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징계위에서는 특히 기피 대상자인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나머지 위원들의 기피 여부를 결정하고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표결에 참여한 후 마지막에 회피신청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윤 총장 측은 기피결정 과정의 위법을, 법무부는 기피신청권 남용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양측의 주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같은 판결 두고, 윤석열-징계위 '아전인수' 주장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총장 측은 전날(10일) 징계위에서 이번 논란과 관련해 사립학교 직원 파면을 다룬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립대학교 직원 A씨는 자신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개최되자 징계위원 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다. 징계위는 기피신청을 기각하고 A씨 파면을 결정했고,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이유에서 "기피사유가 공통의 원인에 기인하는 경우에는 자신에 대한 의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 대한 의결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징계자가 징계절차의 지연을 목적으로 기피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청 자체가 기피신청권 남용에 해당해 부적법해 허용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 측은 이 판결을 근거로 "기피대상인 심 국장이 다른 위원들에 대한 기피결정에 참여한 것은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신청을 당한 징계위원은 자신에 대한 의결에만 참여할 수 없을 뿐 다른 위원에 대한 기피의결에는 참여할 수 있다"며 "기피신청에 대한 의결에 참여한 후 회피하더라도 판결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경지법의 부장판사는 "윤 총장 측과 법무부의 주장 모두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이 상황 자체가 선례가 없기 때문에 나중에 법원에서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심재철 참여 부적절'은 일치, 징계위 무효여부는 엇갈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른바 '판사사찰' 의혹 제보자로 알려진 심 국장이 징계위에 참여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심 국장이 다른 징계위원 기피결정에 관여한 것이 징계위 자체를 무효로 만들만큼의 하자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현직 부장판사는 "심 국장은 본인이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진술했기 때문에, 본인이 증거 방법"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근본적으로 징계위에 위원으로 있으면 안되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증거인데 내가 결의를 할 수 있느냐"며 "소송법적으로 보면 제척사유다. 심 국장이 기피 심리에 관여한 것 자체로 전체 절차가 무효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도 "본인이 신고도 하고 심판도 하고, 북치고 장구치느냐"면서 "징계절차가 원천무효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심 국장이 기피결정에 참여한 것이 하자인 것은 맞지만, 기피는 본안이 아닌 사전심사에 불과하기 때문에 징계절차를 무효로 볼 것까지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심 국장이 징계사유에 대한 본안 심리는 안하고 그 전에 빠졌기 때문에 실체 판단에 영향을 안줬으니 문제 없지 않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

그는 "검사징계법은 소송법과 달리 제척사유를 '친족이거나 친족이었던 사람'에 대한 심의로 아주 좁게 제한해 놨다"며 "이 법이 헌법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하고, 어쨌든 검사징계법상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기피에 대한 결정은 위원회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규정상 심 국장이 기피결정에 참여했다고 해서 절차를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4일 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 위원을 법무부장관이 지명하도록 정한 검사징계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효력정지가처분도 신청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신속한 결론을 내지 않으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때문에 법무부와 윤 총장이 결국 행정법원의 판단을 염두에 두고 명분쌓기에 들어갔다는 평이 나온다.

현직 판사는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가 나올 것이라 예상하면서 "행정법원 본안 1심은 어차피 6개월 이상 걸린다. 결국 징계 후 집행정지를 받아내는지가 이 상황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법원이 심 국장이 참여한 징계위가 당연무효라고 판단한다면 집행정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무부 측에서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법리를 쌓으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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