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직무정지 사실상 해임…장관 지휘감독권 최소한 그쳐야"
징계위원장 맡은 법무차관 돌연 사의…징계위 4일로 연기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의 효력을 중단하라고 1일 결정했다. 장기간 이어져온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충돌에 대해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다.

법원의 인용 결정에 따라 윤 총장은 이날 곧바로 출근해 업무에 복귀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명령 과정이 위법하다고 의결한데 이어 법원까지 장관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서 윤 총장은 법무부 징계위원회라는 마지막 고비만을 남겨두고 있다.

반대로 연이어 적법성에 타격을 입은데다 '사퇴론'까지 불거지고 있는 추 장관은 사면초가 위기에 빠지게 됐다.

◇법원 "징계사유는 본안소송 가서 다퉈라" 일단 집행정지 인용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조미연)는 1일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직무집행 정지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30일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심문기일을 진행한 법원은 당일 결과를 내지 않고 다음 날인 1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 측은 집행정지 신청 및 심문 과정에서 추 장관의 직무배제명령과 징계회부가 위법하다며 구체적으로 주장했고, 법무부 또한 이를 하나하나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사유의 적법여부 등은 본안에서 다퉈져야할 부분이라며, 집행정지에 있어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무정지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은 직무집행정지 기간 검찰총장 및 검사로서의 직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손해일뿐더러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유형·무형의 손해에 해당하고, 사후에 취소소송에서 신청인이 승소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면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 행사는 필요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추 장관에게 특히 뼈아픈 대목이다.

재판부는 "입법자는 검찰총장이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며 "다만 검찰이 그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무부장관이 검찰 통제권의 일환으로 검찰총장 인사제청권과 더불어 지휘감독권을 갖는 것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법무부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것은 장관의 '재량행위'이므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법무부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행정청에게 부여된 재량권은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면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며 "권한행사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그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요건하에서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임기 만료시인 2021년 7월 24일까지 신청인이 직무에서 배제돼 사실상 해임하는 결과에 이르는바, 그러한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임기를 2년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으로 직무집행 정지처분 효력이 중단됨에 따라 윤 총장은 이날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윤 총장은 오후 5시13분쯤 대검으로 출근하며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법원이 "재량권 일탈·남용은 사법심사 대상"이라거나 "직무집행정지 지속은 검찰청법 취지 몰각" 등 추 장관에게 여러모로 불리한 결정 이유를 설시(說示)하면서 추 장관은 행동범위에 제약을 받게 됐다.

◇尹연기 신청에 차관 사의까지…징계위도 2일서 4일로 연기

법무부 감찰위 의결이나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이 징계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징계위에서 해임·면직 등 높은 수위의 결과가 나온다면 윤 총장은 징계취소와 관련해 다시 법적분쟁에 돌입해야 한다.

징계위원회는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법무부 차관, 장관 지명 검사 2명, 장관 위촉 변호사·법학교수·학식과 경륜을 갖춘 사람 각 1명씩 등 위원장 포함 7명으로 구성된다.

징계위원회 자체가 추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며 장관이 지정한 인물들로 채워지기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 관측한다.

법무부는 당초 2일로 예정됐던 징계위원회 개최를 강행할 의지를 보였으나, 윤 총장 측이 이날 징계심의기일 변경을 신청한데 이어 추 장관 대신 징계위 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고기영 차관마저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징계위를 4일로 연기했다. 고 차관은 사표로 징계위 불참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법률대리인 이완규 변호사는 "징계심의 절차에서 방어준비를 위해 징계기록 열람등사신청, 징계청구결재문서, 징계위원 명단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법무부에서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아 해명의 준비를 할 수 없다"며 "이에 대한 조치가 행해질 때까지 징계심의 기일 변경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또 △감찰조사 적법성과 관련해 류혁 법무부 감찰관, △채널A 사건 수사방해 혐의와 관련해 박영진 부장검사, △재판부 문건 관련해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해 증인신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4일 예정된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해 중징계를 의결하면, 윤 총장은 다시 기나긴 행정소송에 돌입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해임 등 중징계 결정에 대해 그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하는 동시에 징계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본안 소송 결과가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7월까지 결론이 난다는 보장이 없고, 징계 결과에 따른 또 다른 소송전이 기다리고 있는 윤 총장 입장에선 총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고비를 넘어야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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