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尹 국정조사' 추진에 국민의힘 "秋 장관도" 역공
민주당 "윤 총장에 멍석 깔아주는 격"…당안팎 이 대표 비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꺼낸 '윤석열 국정조사' 카드를 놓고 여야가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수용 입장을 밝히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오히려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정지를 발표한 바로 다음날인 25일 이낙년 대표는 가장 먼저 국정조사를 언급했다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대표는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해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다. 가장 충격적인 건 판사 사찰"이라며 "법무부의 규명과 병행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 총장만의, 또는 추 장관 국정조사도 함께하자며 역공을 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 발언이 나온 당일 '추미애 국정조사'로 맞불을 놓았고, 하태경 의원은 26일 "오히려 윤 총장의 정당성과 추 장관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추 장관 없는' 국정조사를 받아들이자는 주장까지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총장 국정조사에 반대하면서 이 대표가 성급하게 빌미만 제공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5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이 윤 총장을 출석시키려 하자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누구와 얘기해서 자기 멋대로 온다는 것이냐"면서 15분만에 법사위를 산회시키기도 했다.

윤 총장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율사 출신 박주민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 나와 '법무부 징계 절차' 이후 논의를 주장했다.

여당이 국정조사에 미온적 태도로 나온 데에는 자칫 윤 총장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윤 총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등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폭탄 발언을 쏟아내 압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27일 최고위에서 "법무부 감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는 국회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한 발 물러섰다. 야당을 향해선 "심각한 문제마저 정쟁이나 정치게임으로 끌고가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와 이 대표의 입장 선회에도 야당은 국정조사 이슈를 부각시키고 있다. 27일에는 당 소속 의원 103명과 국민의당 의원 3명, 무소속 의원 4명까지 총 110명 공동 발의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 문란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당대표가 강하게 국정조사를 검토하라고 했는데 당에서 거부하면 대표의 레임덕이 온 것이냐"라고 비꼬았다.

이 대표가 불러온 국정조사 공방을 놓고 당내에선 부정적인 평이 많다. 코로나 접촉으로 이 대표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탓에 메시지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부터 이 대표의 '판단 미스'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정조사 카드가 던져진 직후 비공개 회의에선 최고위원들 간에 '윤석열 국정조사'는 섣부르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진 의원은 "여당 대표가 국정조사를 먼저 꺼내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윤석열을 불러내 국정조사를 하면 시한폭탄을 안고 언제 터질지 기다리는 꼴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정책, 정무적 자문 역할을 담당할 특별보좌단(특보단)을 출범시켰다. 특보단은 당헌상 당 대표가 설치할 수 있는 자문기구지만, 이 대표가 유력 대권주자인 만큼 대권행보와 연결 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1년 가까이 유지하던 '이낙연 대세론'이 꺽이며 이재명 경기지사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최근엔 윤석열 검찰총장과 양자 대결시 초접전 양상이 나오는 등 위기상황이 형성되면서 이 대표가 무리수를 두거나 판단미스를 자주 하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당의 한 중진은 "이 대표가 당 운영에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되면 당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당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