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협회장에 정치인 출신 정희수…정지원 손보협회장·김광수 은행회장은 관료 출신
"방어막 칠 수 있는 힘센 관료·정치인만 찾아…오랜 관치금융의 현주소"

관피아(관료+마피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돈과 명예를 겸비한 자리로 꼽히는 금융협회장을 휩쓸고 있다. 11월에 결정된 손해보험협회장,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을 모조리 관피아와 정피아가 나눠 가졌다.

금융권에선 민간 금융업계를 대변하는 자리에 민간 출신이 소외되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에 말발을 세울 수 있는 힘센 협회장을 원하는 금융업권의 이해관계도 이런 결과에 일조했다. 오랜 관치금융이 낳은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명보험협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26일 오전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에 국회의원 3선 출신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을 만장일치로 단독 추대했다. 정 회장 내정자는 내달 4일 총회에서 협회장에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생보협회에 앞서 손해보험협회는 지난 13일 경제관료 출신인 정지원 신임 회장을 최종 선임했다.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도 23일 경제관료 출신인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내정하고 27일 사원총회를 통해 김 회장 선임안을 공식 의결한다.

문제는 이들 모두 관료 혹은 정치인 출신이라는데 있다. 이날 차기 생보협회장에 내정된 정희수 원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이다. 그는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소속으로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는데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해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정지원 신임 손보협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무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기획조정관, 금융서비스 국장, 상임위원으로 일했다.

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 내정자 역시 같은 행시 27회 출신이다. 그는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낸 후 2018년 4월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고 있다. 그나마 김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으로 3년 재임하면서 현장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반관반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협회장 인사를 앞두고 이미 관피아 논란이 뜨거웠다. 알짜로 불리는 금융 기관장을 두 차례(증권금융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나 지낸 이력이 있는 당시 정지원 전 이사장이 손보협회장을 맡자 관피아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후 관피아에 대한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은행연합회는 차기 회장 1차 후보군에 민간 출신 후보들을 상당수 채웠다. 1차 회추위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관피아 논란을 의식한 듯 고사의사를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관료 출신이지만 민간 경험도 있는 김광수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내세우면서 관피아 논란을 그나마 최소화했다.

생보협회는 관피아 대신 정피아를 택했다.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진웅섭 전 금감원장이 관피아 논란이 불거진 후 고사 의사를 밝히면서 정 원장이 대신 협회장을 거머쥐게 됐다.

금융권 주요 협회장을 관피아나 정피아가 차지한 것은 금융당국의 입김을 막아주고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선 힘 있는 회장이 필요하다는 금융권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규제가 강한 금융업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도 있다. 민간 출신의 협회장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안팎에서 위기에 봉착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현장의 경험과 전문성이 바탕이 된 민간 출신들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민간은 배제된 채 관피아와 정피아가 독주하는 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관피아, 정피아 논란의 본질인 관치금융을 해소하는 게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이 바람막이를 찾는 이유는 관치금융이 뼛속 깊이 자리한 현실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능력이 있음에도 관료나 정치인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척한다면 그것도 문제겠지만 힘센 관료나 정치인만을 협회장으로 찾는 지금의 상황은 관치금융에 물든 한국 금융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연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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