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연락소보다 지위가 격상된 의미를 갖는 '대표부'
국민 정서와 대북 제재, 북측 호응이 관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rodongphoto@news1.kr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rodongphoto@news1.kr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이후 새로운 남북간 소통 창구로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가 거론되면서 새 연락기구의 신설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남북연락·협의기구 발전적 재개 방안 국회 토론회'에서 "새로운 남북관계의 변화는 바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통신 재개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서울·평양 대표부를 비롯해 개성, 신의주, 나진, 선봉 지역에 연락소와 무역대표부 설치도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사라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통신 재개를 강조하며, 연락사무소의 대안으로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와 북한 지역 내 다른 연락·협의기구를 만드는 것을 제안한 셈이다.

이는 정부가 폭파된 연락사무소 청사를 물리적으로 재건하기 보다는 남북 내 지역에 다른 연락협의 기구를 만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는 연락사무소보다 격상된 지위를 갖는 연락·협의기구로 볼 수 있다. 역할과 기능은 실제 남북간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지만 외교·영사 업무를 포함하는 등 확대의 의미를 포함시킬 수도 있다. 또 남북 각각 지역에 상주대표부 설치를 명문화한다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폭파나 연락 단절을 막을 수도 있다.

이처럼 서울·평양 대표부 설치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독일 사례인 '주동독 서독 상주대표부' 사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동독과 서독은 1972년 상주대표부 설치 기본방향에 합의한 후 구성·운영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서 체결하는 등 약 2년의 시간의 준비를 거쳐 1974년 서독 상주대표부를 신설할 수 있었다.

서독 상주대표부는 동독과 서독 간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기 전 동서독 간 인적교류 확대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등 주요 창구역할 수행하면서 독일 통일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서울·평양 대표부가 독일의 성공 사례와 같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남북 간 넘어야할 벽이 많다. 연락사무소보다 격상된 지위인 서울·평양 대표부보다 연락사무소의 통신 기능만을 복원하는 것도 현재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우선 지난 6월 폭파된 연락사무소, 지난 9월 서해상 공무원 피격 사건 등으로 북한에 대해 반감을 갖는 국내 일부 여론과 국민 정서에 대한 문제가 있다. 특히 연락사무소 폭파 사태를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 간 연락 기능 복구나 서울·평양 대표부 구성 전 북측의 해명이나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또 대북 제재도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서울·평양 대표부를 설치하면서 특정 건물을 신축하는 등의 과정에서 대북 제재와 관련된 장비 반입 등의 가능성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북한이 서울·평양 대표부 제안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2019년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후 교착된 남북·북미관계 상황에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고 그 이후로도 사실 구체적인 대남·대미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또 최근에는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조 바이든 당선자가 결정된것에 대해서도 아직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북·북미 관계 정체 국면에서 서울·평양 대표부에 대한 제안에 북한이 호응하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 남북 간 전반적인 관계가 개선이 된 후 공식적인 협의나 논의를 거쳐 북의 호응을 이끄는 것이 현 상황에서는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권택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신안보연구실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기존 연락사무소 운영 실태와 문제점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 보완 및 북한의 입장을 반영한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개나 평양·서울 상주대표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실질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창구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통일부는 폭파된 연락사무소의 통신선을 통해 지난 9월 14일 연락사무소 개소 2주년을 맞은 시점부터 북측에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측은 단 한 번도 응답하지 않았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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