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끈 500억 소송…또 담배회사 손 들어준 법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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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끈 500억 소송…또 담배회사 손 들어준 법원, 왜?
  • 김성지 기자
  • 승인 2020.11.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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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건보공단, 손배청구권 없고 인과 증명도 안돼"
2014년 대법원도 비슷한 취지로 흡연자 패소 확정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으로 인해 추가 지급된 진료비를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낸 지 6년 만에 '원고 패소'라는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홍기찬)는 20일 공단이 케이티앤지(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수입·제조·판매한 담배의 결함과 불법행위로 인해 3464명의 흡연자에게 폐암 중 소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이 발병했고, 이들과 관련해 보험급여 비용(공단부담금) 명목으로 총 533억원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해 비용을 회수할 여지가 있을 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한 '직접 피해자'로서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단이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해 재산의 감소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었다고 하더라도, 설립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하는 사항으로서 원고가 감수해야 하는 불이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예비적 청구원인으로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3464명의 흡연자 또한 담배회사들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단 근거로 △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 기타 불법행위가 인정되는지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를 제시하면서 모두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설계상 결함'에 대해서는 "니코틴이나 타르를 완전히 제거할 방법이 있다거나 이를 줄일 방법이 있더라도 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 자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표시상 결함'에 대해서도 "담배회사들이 담뱃갑에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기타의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 담배회사들이 제조·판매한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단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담배회사들이 저타르·저니코틴 등으로 표기하고 광고한 것이 흡연 환자들에 대한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이나 중독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축소·은폐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특히 흡연과 폐암 등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폐암은 흡연으로만 생기는 특이성 질환이 아니라 물리적·생물학적·화학적 인자 등 외적 환경인자와 생체의 내적 인자의 복합적 작용으로 발병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려면 흡연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발병시기, 흡연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에 대한 증거조사 과정에서 흡연 외의 다른 위험인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이 추가로 증명돼야 한다.

하지만 공단이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흡연 환자들이 20갑년 이상(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의 흡연력을 가지고 있고 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을 뿐이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위험인자인 흡연과 비특이성 질환인 이 사건 질병 사이에 여러 연구결과 등이 시사하는 바와 같은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양자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이번 사건과 비슷한 취지의 판결이 나왔었다. 대법원은 2014년 폐암환자와 유족 등 30명이 KT&G와 정부를 상대로 낸 2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KT&G가 제조한 담배에 결함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또 회사와 국가가 담배의 위해성에 관한 정보를 은폐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반면 미국은 1950년대부터 담배 소송이 제기돼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1994년 50개 주정부가 필립모리스사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을 내 1998년 2460억달러(약 279조원)의 합의금을 받아낸 사례가 있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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