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의원들 "신속하게 추진해야"…주호영 "감사청구" 강하게 질책
내년 4월 부산시장 보선, 차기 대선 및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 영향

1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11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싸고 국민의힘 내부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가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를 발표한 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이 지역 유불리에 따라 엇갈린 입장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 PK·TK 가덕도 신공항 놓고 대립

지도부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비판하며 감사원 감사청구까지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지역구 의원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 등 부산 지역구 의원 15명 전원은 20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800만 부산·울산·경남 주민들의 염원인 가덕도 신공항의 신속하고 효율적 건설을 위해, 국민의힘 부산시당 당론으로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검증위에서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한 적이 없다고 (김수삼)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말했으면, 그 과정이 제대로 된 건지 따져보고 결론을 내든지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권과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를 위해 나라를 생각하지 않고 던진 이슈에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감사청구 요청을 할 것이고,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 감사를 청구하는 길이 여러 개 열려 있다"라며 감사를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당내 PK지역 의원과 TK지역 의원 사이에서도 불협화음을 보였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내린 지난 17일 부산이 지역구인 서병수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같은 날 각각 "내일은 가덕도 신공항을 만든다고 선언하라" "정략적인 주장이나 소모적인 상황을 지양하고, 부산과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반면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은 기존 사업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이번 검증은 잘못된 것임이 명백하다"라는 입장문을 내고 "아무 권한도 없는 검증위원회의 결론에 맞춰 백지화 수순을 밟는 것은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비판했다.

이에 하 의원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그런 말을 하는 심정을 이해한다"라며 "가덕도 신공항이 정치적 계산인 건 자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승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의 입장차도 가덕도 신공항을 둘러싼 당내 갈등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7일 김종인 위원장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라면서도 "새로운 공항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텐데, 그렇다면 부산·울산·경남 쪽에서 얘기하는 가덕도 신공항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반면 같은 날 주호영 원내대표는 "중요한 국책사업 변경 과정에서 무리나 불법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감사원 감사를 통해 변경이 적절한지 따져보겠다"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영남 민심 갈라놓은 신공항 건설 역사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는 것은 당장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직결돼 있지만, 차기 대선 및 이후의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논란은 영남권 민신을 갈라놓은 민감한 정치적 이슈였다.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동남권 신공항 건립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된 뒤 국책사업이 됐다. 하지만  ‘부산 vs 나머지 지자체’의 다툼이 심해지고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영남 표심을 괜히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런데 당시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우리 후보 뽑아줘야 ‘경남 신공항’이 밀양으로 오는 데 도움이 됩니다”라고 발언했다가 부산시장 3선에 도전하던 같은 당 허남식 후보의 반발을 불러왔다. 당장 이달곤(한나라당) 대 김두관(야권 단일)의 경남도지사 선거가 급했던 정 대표가 경남에서 승부수를 던졌다가 허 후보와 김정길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비판을 받았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경남지사를 야당에 뺏겼고 부산시장은 접전 끝에 가까스로 수성했다.  

결국 2011년 3월 30일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동남권 신공항 건립 백지화를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정치권에서 사라졌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2012년 대선판에 다시 등장했다. 당시 TK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던 박근혜 후보가  “부산시민이 바라는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며 TK 민심에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부산의 민심을 얻기 위해 신공항이라는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부산에서 지지율 45%에 머물던 박근혜 후보는 실제 선거에서 59.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신공항 덕을 봤다.

그러나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는 신공항 지역으로 예상되던 부산과 밀양을 제쳐놓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김해공항 확장안을 발표했다. 신공항이 밀양에 올 것으로 확신했던 대구는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고 고함을 질렀고, 부산은 “지역갈등을 봉합하려는 정치적 미봉책”이라며 평가 과정 자체를 불신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기까지 잠잠했던 신공항 문제는 부울경 광역단체장이 여당으로 바뀌면서 다시 표면화됐다. 2019년 오거돈 당시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국무총리실에 김해신공항의 안전과 소음 등의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해줄 것을 건의했다. 과거에는 부산만이 가덕도의 유일한 지지자였지만 이번에는 경남과 울산이 함께한 게 달랐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이슈가 커지면서 PK지역 민심도 여권으로 기우는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 PK지역 의원들에겐 비상등이 켜진 셈이 됐다. 최근 PK지역 의원 전원이 민주당에 앞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한 것도 그러한 배경 때문이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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