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 포럼 강연 "자신들이 만든 대안세계에 국민 이주시켜"
"곽노현·정봉주·조국으로 이어져…지지층만 보고 정치하는 '탈진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How's)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How's)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들 앞에서 현 정부·여당이 자신들 입맛대로 창조한 '탈진실'로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를 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야당에는 탈진실의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여당을 넘어서려면 '대안적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며, 지지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자랑스러운 보수의 세계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오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의원 모임인 국민미래포럼에서 '탈진실의 시대'를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거짓말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트럼프 전략'을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쓰고 있다"라며 이렇게 밝혔다.

진 전 교수는 "과거에는 정치인이 잘못하면 반성하고 사과하는 척은 했는데,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잘못하지 않은 '대안세계'를 만들고 국민을 이주시키려 한다"라고 꼬집었다.

현 정부·여당이 대안세계 속에서 자신들만의 대안적 진실을 만들고, 이를 믿을 준비가 돼 있는 '절반의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한다는 것이다.

그 최초 사례로는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공직선거법 위반을 들었다. 진 전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무죄라고 편들었고, 그때부터 내가 부딪쳤는데 그 세력이 '나꼼수' 세력"이라며 "나는 사실을 말하고 거짓은 그들이 말하는데 손해는 내가 보는 사태가 벌어졌다"라고 말했다.

이후로는 정봉주 전 의원이 BBK 관련 의혹을 제기하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된 사건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당시 나꼼수 팬들이 몽땅 서초동으로 몰려가 집회를 했는데, 그게 조국·정경심 '서초동 집회'의 효시"라며 "그때는 권력이 없어서 영향력이 없었지만, 이들이 권력을 잡으니 그 폐해가 폭력으로 변하는 것"이라고 봤다.

민주통합당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12년 12월25일 오전 0시 13분 홍성교도소 철문을 지나 출소하고 있다. 뉴스1
민주통합당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 2012년 12월25일 오전 0시 13분 홍성교도소 철문을 지나 출소하고 있다. 뉴스1

진 전 교수는 "이제는 대중이 거짓말을 믿고 싶어하고, 가짜를 얘기해도 진짜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라며 "옛날같으면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놔야 할 거짓말을 장관부터 버젓이 한다. 정치인에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우회 지목했다.

진 전 교수는 "대중은 일일이 따지는 걸 싫어하고, 재밌는 걸 말하면 듣기 좋아한다. 듣기 좋은 허구가 좋은 것"이라며 "물론 모든 대중은 아니지만 절반이 받아들이면 성공이고, 그냥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걱정됐던 게 1930년대 나치상황이다. 대중은 거짓말을 쉽게 믿고 큰 거짓일수록 쉽게 믿는다. 괴벨스가 그랬다"며 "대중이 믿고 싶은 건 구질구질한 현실이 아니라 멋진 판타지다. 괴벨스가 실천했던 것들이 연성 파시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 상황에 빗댔다. 그는 "워싱턴 광장에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때의 3분의1도 안 모였는데, 대변인은 오바마 때보다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했다"라며 "기자가 '어떻게 대변인이 거짓말을 하느냐'고 했더니 '그건 대안적 사실'이라고 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믿어주는 사람들만 있으면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 '트럼프 전략'을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을) 반으로 갈라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만으로도 집권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정권은 그것만으로도 통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것인데 이게 바로 '탈진실의 시대'"라고 역설했다.

그 예시로 이른바 '검언유착' 사건을 언급한 진 전 교수는 "채널A 사건은 '구라'였다"라며 "없는 녹취록을 꾸며냈고, 사기꾼 전과 5범이 그걸 만들었는데 그걸 가지고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지금은 팩트를 '만들어낸다'"라며 "성공을 못해도 되고, 어떤 식이든 '진실게임'을 만들면 되는 것"이라면서 "언론에 이랬다 저랬다 반반이 나오면 이미 반은 사실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비판을 줄기차게 이어 온 진 전 교수는 향후 자신의 숙제에 대해 "이들의 매트릭스를 구성하는 거대 이야기, 일종의 세계관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친일파에서 검찰·재벌 등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적폐' 세력이 사회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현 집권 세력의 세계관이 지지자들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데, 그 구조 자체의 허구성을 밝혀내겠다는 것이다.

진 전 교수는 그 예시로 '조국백서'를 들며 "첫 페이지부터 황당하다. 대한민국이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을 못해서 적폐가 쌓이고, 그게 바로 검찰이고, 검찰이 청산을 거부해 '조국 사건'을 일으켰다고 한다. 세계관적인 '구라'"라고 비판했다.

윤미향 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는 "윤 의원을 쳐내지 못한 것도 NL 서사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을 쳐내면 위안부와 한일관계 문제가 날아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 세계관을 공고히 하는 게 '뉴스공장'과 '알릴레오' 같은 미디어라고 언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How's)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20일 서울 여의도 북카페(How's)에서 열린 국민미래포럼 세미나 ‘탈진실의 시대’에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뉴스1

진 전 교수는 이 세계관과 달리, 현재 정부·여당이 '수구세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국회 180석 의석, 청와대, 경제권 등 대한민국의 모든 걸 갖고 있다. 전체가 자기들 세상"이라며 "그럼에도 여전히 자기들은 수구세력에 둘러싸여 있다는 허위의식이 있고, 이는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등 야권 세력이 이를 넘어서 집권할 수 있으려면 '탈진실의 세계관'에 맞설 대안적인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장 훌륭한 비판은 대안"이라며 "현재 보수가 안되는 이유는 프레임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보수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라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과거의 보수는 역동적이었다"라며 "박정희 때만 해도 경제성장만이 아니라 평준화,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국가에 필요한 걸 다 했고 노태우만 해도 대통령을 풍자해도 된다고 하고 내려왔다"라고 말을 이었다.

이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새 이야기를 구상해야 한다"라며 "이 나라를 만드는 데 이렇게 기여했고, 이런 가치를 추구해 왔다는 새 이야기를 만들고, 유권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찍게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라고 제안했다.

프레임 주도에 대해서는 "의제싸움을 과감히 던져야 한다"라며 "기본소득도 이재명이 던진 것을 김종인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중도와 보수 연합이 이뤄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찍을 것"이라며 "대중은 대안만 있으면 얼마든지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보수 연대의 틀을 꾸리는 게 맞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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