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5개 시·도 합의→TK '김해신공항 불수용'→PK '재검증'→백지화
"PK-TK 각자의 관문공항 역할 살려야 경제발전 기회" 전문가 지적

가덕신공항 계획안.(부산시 제공) 뉴스1
가덕신공항 계획안.(부산시 제공) 뉴스1

김해신공항이 사실상 폐기되고 가덕신공항으로 무게가 쏠리자 TK지역(대구, 경북)에서는 반발이 쏟아진다. 이같은 현상은 가덕신공항 건설로 동남권 신공항 확장성이 커질 경우 대구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속내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은 대구통합신공항(군·민간공항 동시이전)을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추진한다. 하지만 군공항을 제외한 민간공항 시설은 기존 부지 매각대금을 뺀 나머지 비용을 국비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가덕신공항을 견제하고 동시에 정부예산도 무난히 확보하기 위한 사전 여론전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수요와 예산을 뺏고 빼앗기는 식의 지역갈등 구조에 매몰돼 소모적인 싸움을 이어가기보다 경제권역별 공항이 각자의 이점을 살려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PK-TK 각자 신공항 만들면서…갈등은 왜?

TK지역에서 쏟아지는 반발을 두고 부산에서 가장 먼저 터져나오는 것은 '먼저 약속을 깨놓고 이제와서 무슨 말이냐'라는 볼멘 소리다.

영남권 5개 시도지사(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는 2014년 10월 '영남권 신공항에 대한 입지선정은 정부의 용역결과를 수용한다'는 내용을 담아 상생발전을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듬해인 2015년 1월에도 신공항 성격과 규모, 기능 등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에 관한 사항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하기로 합의하고 재차 공동성명서를 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영남권 신공항 부지 용역을 진행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2016년 6월 김해신공항으로 결정짓자 '불수용' 성명서를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대구시장과 지역국회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 민심이 요동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7월 1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구공항과 공군기지(K-2)를 통합하고 이전하는 방안을 깜짝 발표했다.

이후 대구·경북은 자체 출연기관인 대구경북연구원을 동원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추진했고 2017년 9월 '김해신공항은 국가 제2의 관문공항으로 부적절 하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김해공항 확장만으로는 관문공항 역할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구통합신공항과 김해공항 확장안이 각각 거점공항으로 영남권 수요를 같이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문에 대구·경북은 이미 김해신공항이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검증위의 발표에 반발하고 '합의해준 적이 없다'는 이유로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그대로 추진하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경북도 반박할 말은 있다. 당초 합의했던 ADPi의 용역결과를 불수용한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지난 2019년 부·울·경이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요구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국책사업에 대한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사항을 뒤엎은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의 한 의원은 "대구경북이 통합신공항을 중추공항 역할로 만들려고 계획했으나 동남권 신공항과 경쟁관계로 인식하다보니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 안에서 부울경 의원들과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 입장차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추진될 자치분권 차원으로 보면 경제공동체로 묶여있는 각 지역 안에서 공항을 운영해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안에서는 PK와 TK 지역구를 둔 의원들 사이에서 찬반기류가 나뉜다. 의견을 통합시킬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지만 김해신공항 검증위 검증결과를 받아든 정부가 최종발표할 때까지는 현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통합신공항 가덕신공항 각자 역할 살려야…수요 뺏고 빼앗기는 논리 '부적절' 

대구통합신공항은 이미 국책사업으로 결정돼 추진 중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대구통합신공항 사업은 오는 2028년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에서는 지난 10월부터 항공, 여객, 화물 수요 등을 포함한 대구통합신공항의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경북 안에서는 가덕신공항 완공 목표일인 2029년보다 대구통합신공항이 1년 먼저 완성되기 때문에 '알짜노선'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통합신공항은 국가 예산이 아니라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구시와 민간 투자자가 미리 필요한 모든 시설을 짓고 군공항(K-2) 부지를 개발한 이익금으로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총사업비는 약 9조 2700억원으로 예상된다.

군공항은 기부대양여방식으로 추진하지만 민간공항은 기존 부지 매각대금에 정부재정이 보태져야 가능하다. 공항이전과 건설비를 포함해 주변 교통 인프라까지 모두 만들어내기에는 부지 매각대금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국비를 최대한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에는 가덕신공항에 투입되는 국가예산 10조원으로 인해 추후 대구통합신공항으로 편성돼야 할 예산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있는데다 앞으로 정부예산을 보다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반대 여론을 형성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영남권 신공항으로 추진되던 안이 가덕신공항과 대구통합신공항으로 나뉘었을 경우 실제로 항공 수요가 한쪽으로 쏠리거나 유출현상이 발생하는가라는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발전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경제공동체별로 공항이 생겨야하고 각자의 강점을 살렸을때 상생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내 항공수요 분야 전문가인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대구경북 500만, 부산울산경남 800만을 합한 1300만명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구통합신공항과 가덕신공항이 각각 특징을 살려 추진돼야 한다"면서 "각각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한류를 기반으로한 경제적인 역량도 계속 늘어날 것이고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한 안전한 국가라는 이미지로 많은 외국인들이 몰려들 것"이라며 "자치분권이 이뤄지고 각자 관문공항을 가지게 되면 인력도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되면서 경제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또 "인천국제공항에 중장거리 노선은 일정하게 갈 것이고 부산에 없던 노선이 생겨나면 대구·경북에도 유리한 것"이라며 "부산에 없다고 해서 대구·경북에 중장거리 노선이 생길 가능성이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를 빼앗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시는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검증과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안전상 문제나 부실 검증이 있었는지 아니면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는지 면밀히 살펴본 뒤에 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PK와 TK간의 이같은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지만 대화의 물꼬를 어떻게 틀어가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지자체가 서로의 상생방안을 위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도 주목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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