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출 위험 큰 한국시장…파트너와 동맹으로 안전 진출 선택
소비자 아마존 구매 편리해질 듯…"11번가 위상 높일 이벤트"

SK텔레콤과 아마존의 '깜짝 동맹'은 한국 온라인 유통시장을 직접 진출할 때 있을 수 있는 사업위험을 줄이려는 아마존과 경쟁이 치열해진 이머커스 시장에서 자회사 11번가의 입지를 높이고자하는 SK텔레콤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이 통신사 손잡고 특정국가를 공략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간의 '전략적 동맹'을 위해 SK텔레콤은 오래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양자간의 동맹 플랫폼이 등장하면 이커머스 거대공룡 아마존이 한국 유통시장에 직접 진출할 때 있을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아마존, 5년 전부터 한국시장 군침

현재 아마존은 20개 국가에서 온라인 커머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북미지역에서 압도적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 진출도 적극적이다. 또 미국은 물론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인도 등 대부분 진출 국가에서 선두 사업자다.

올해 2분기 매출만 889억 달러(약 98조3000억원)에 달하며, 영업이익은 58억 달러(6조4000억원)를 기록했다.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을 모두 합산해 1위인 롯데쇼핑이 같은 기간 4조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부터 한국 진출을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진출 방식도 직접 법인을 세우는 전략을 펼쳐왔다. 실제 지난 2000년 일본 진출 때도 '아마존재팬'을 세우고 온라인 쇼핑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야후재팬'과 '라쿠텐'이 선두사업자였지만 후발주자인 아마존은 일본 진출 후 급성장해 1위 사업자로 올라섰다.

아마존이 한국 시장을 탐내는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세계 어느 국가보다 뛰어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물류인프라, 소비자들의 높은 수준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2013년 38조원이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2018년 100조원을 넘었으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1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2년 후인 2022년에는 2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기가 속도의 초고속인터넷 전국망을 갖춘 세계 몇 안되는 국가이며, 국민의 대다수가 인터넷 기반의 소비 생활에 매우 익숙하다. 여기에 익일배송, 당일배송은 물론 세계 유례없는 '새벽배송'까지 이뤄질 정도로 정교한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 잠재력 만큼이나 직진출 위험도 큰 한국…SKT와 손잡다

하지만 한국 시장은 매력적인 동시에 위험도 그만큼 큰 시장이다. 분초단위로 경쟁이 전개되고 있고 기존 사업자의 입지가 간단치 않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천하의 아마존이라고 해도 직접 진출할 경우 좌충우돌하며 쓴맛을 볼 가능성을 생각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우선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강점인 '배송서비스'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쿠팡이 로켓배송 등으로 물류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과열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가격민감도가 높고 사업자는 많다보니 돈을 버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면서 "아마존이 직접 진출할 때 위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도 지난해 7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온라인 시장 점유율이 10%에 그쳤다. 

아마존보다 한발 먼저 한국에 직접 진출한 이베이가 '쓴맛'을 보고 있는 것도 아마존의 직접 진출을 망설이게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덩치를 자랑했던 이베이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당시 이커머스 업계 2위 옥션과 1위 지마켓까지 잇따라 인수하면서 공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영향력을 넓혀갔다. 그리고 이베이가 자사 플랫폼을 들고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이 아니라 기존 업체를 인수한후 한국 소비자 수요와 정서에 맞춰 사업한 것이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그런 우위에두 불구하고 이베이 두 사업체는 포털에서의 강력한 입지를 앞세운 네이버의 진격과 소프트뱅크라는 대자본이 투자한 쿠팡의 혁신적 서비스에 밀리며 현재는 시장 3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네이버는 쇼핑분야 거래액 1위로 올라섰다. 아마존이 아무리 세계시장에서는 독보적 존재라 해도 네이버, 쿠팡, 이베이라는 국내 이커머스 3대 터줏대감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사정에 어두울 수 밖에 없는 직접진출로는 승산을 갖기 어렵다.

11번가 © 뉴스1
11번가 © 뉴스1

◇아마존, 동맹 통한 간접진출...11번가도 위상 높일 기회

SK텔레콤이 어떤 형식으로 아마존의 이커머스 서비스를 전개할 때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은 것은 없으나 11번가 아마존코너를 통해 국내에서 선호가 높은 직구 제품을 재고확보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손쉽고 편리하게 구매하는 구도가 거론된다. 

아마존 직구를 평소 많이 활용하는 한 소비자는 “얼마전 아마존에 물건을 직구할 때 결제가 두 번이나 됐는데 어쩌지 못했다”며 “아무래도 직접 진출보다 국내 업체가 대행을 해주는게 반품, 결제 등 소비자 클레임에 대해서도 신속하고도 부드럽게 응대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아마존과 전략적 동맹이 이커머스에서 입지를 높일 기회가 된다. 지금 11번가는 거래액 기준 점유율 6%로 4위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 쿠팡, 이베이 등 거대 자본력과 실행력을 앞세운 톱3와의 경쟁이 버거운 상황이다. 쇼핑 외에 인공지능 등 정보기술분야에서도 SK텔레콤은 아마존과 협력관계를 넗힐 수 있고 아마존 또한 다른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11번가가 쇼핑 플랫폼 분야에서 '성공 스토리'를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이커머스 플랫폼 글로벌 최강자인 아마존과 손잡음으로써 아마존이 한국시장에 직접 진출할 경우 받을 수 있는 타격을 줄이고 위상을 높일 기회를 갖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아마존이 단독으로 한국 시장에 들어오면 시행착오로 혼란이 야기되거나 이커머스 시장이 출혈경쟁으로 흐를 수 있는데 한국사업자와 동맹을 통해 간접진출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