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2.5조 유상증자 후 아시아나에 1.8조 투입
산은, 한진칼 지분 10.6% 확보…경영권 캐스팅보트

15일 인천국제공항터미널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15일 인천국제공항터미널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다.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빅딜 성사로 글로벌 톱10 수준의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을 지원하면 한진칼이 대한항공 2조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이런 방식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산업은행은 이번 지원으로 한진칼 지분 10.6%를 확보해 경영권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의 우군으로 서게 되는 것인데, 다만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KCGI(강성부펀드) 등 3자 연합과도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골자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추진한다고 16일 밝혔다.

산은은 우선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투입하고,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인수한다.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사채다.

산은이 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한진칼 지분 10.6%를 확보하게 된다.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한진칼의 현재 지분율을 보면 KCGI(강성부펀드)가 주도하는 3자 연합이 46.71%, 조원태 한진 회장 측이 41.4%다. 산은은 조원태 회장의 우군으로 등장해 캐스팅 보트(결정표)를 쥐게 된다.

이날 온라인 브리핑을 진행한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현 경영진에 일방적으로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3자 연합 및 기타 주주와도 의견을 같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원활히 이행될 수 있도록 경영평가위원회, 윤리경영위원회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최대현 부행장은 "매년 경영을 평가해 평가등급 저조 시에 경영진 해임과 교체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통합추진에) 실패할 경우 조원태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지원의 대가로) 조 회장은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체와 대한항공 지분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8000억원 지원 후엔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주주배정 유상증자(2조5000억원)에 참여한다. 한진칼의 대한항공 지분율은 29.2%가 된다. 대한항공은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원) 및 영구채(3000억원) 인수에 1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율은 63.9%가 돼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번 통합 추진의 배경에 대해 "글로벌 항공산업 경쟁 심화 및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구조재편 등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노력 없이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국내 국적 항공사의 경영 정상화가 불확실하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를 통해 탄생하게 될 통합 국적항공사는 글로벌 항공산업 톱 10 수준의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지난 2019년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 대한항공 19,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 단순 합산시 세계 7위권이라고 산업은행은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산하 LCC 3사(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를 단계적 통합해 국내 LCC 시장도 재편할 계획이다.

항공산업 재편에 따른 독과점 우려에 대해선 최 부행장은 "글로벌 항공시장이 치열한 경쟁 시장이어서 소비자 편익 감소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며 "노선 및 스케줄 다양화, 마일리지 통합 등 소비자 편익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양사 통합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행장은 "(통합 이후) 중복 인력은 600~100명 수준"이라며 "자연감소 인력 등 고려 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이에 대해 한진가의 확약을 받았다"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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