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주축 '민주주의4.0 연구원' 설립 추진에 세력화 우려
대통령비서실장 등 등판론 여전…재보선·대선 '역할론'도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4·15 총선 압승 이후 '백의종군' 의사를 밝히며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잠행을 이어온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대권 주자들과 만나는 등 물밑에서 정치 기지개를 켜고 있다.

15일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 전 원장은 이 대표와 이 지사를 각각 차기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을 앞두고 '원팀'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경수 경남지사, 이광재 김두관 의원 등 잠재적 주자들과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양 전 원장이 물밑에서 운신의 폭을 차츰 넓히고 있지만 특정 주자 내지 세력을 민다는 오해나 억측을 우려해 "당분간은 무조건 중립"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유죄판결 직후 당내 친문계 일부에서 세대교체를 고리로 한 '제3후보'를 내세우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실제로 양 전 원장은 도종환 의원 등 친문 현역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연구원'(가칭) 측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계 움직임이 자칫 특정 주자 지지라는 오해를 사거나 당내 '원팀' 기조를 흐트려트릴 수 있다는 것으로 친문 세력화에 대한 당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안한 '신중론'으로 풀이된다.

양 전 원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대선에 끌어들여 쓸데없이 '문심(文心) 논란'이 빚어지면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라고 설명했다.

양 전 원장이 당 안팎의 잠룡들을 두루 만나는 것과 최근 발언들을 종합하면 여권 진영 내에서 여러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주자들이 함께 부각돼 전체적인 파이 자체가 커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양 전 원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여권에서는 양 전 원장이 노 실장 후임으로 청와대에 들어가거나, 지난 총선 때처럼 당에서 재보선 및 대선 전략을 짜는 '브레인'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 전 원장이 선거 출마보다는 '책사' 역할을 중시해온 점에 비춰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 이른바 '순장조'에 적합하다는 시각도 있다. 문재인정권의 청와대 마지막 1년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이 가장 큰 이슈일 것이고, 양 전 원장은 이를 관리하는 역할로 적절해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양 전 원장이 비서실장이 되는 것에 대해 청와대와 당 안팎 일부에서 비토 분위기가 있고, 이미 다른 인사로 낙점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주요 선거의 '책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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