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산과 협상 결렬후 항공업 노하우 가진 대한항공이 인수주체 부각"
"이동걸·조원태 이해관계 맞아떨어졌을 것…KCGI 등 3자연합 반발 변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스1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스1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이 추진된다. 산업은행이 모든 밑그림을 그렸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연임을 확정한 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산은, 아시아나 정상화 추진 적임자로 대한항공 낙점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을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매각하려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그는 현산과의 협상이 노딜(No Deal)로 마무리되자 곧바로 플랜B를 가동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통해 2조4000억원 가량의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 체제로 편입한 후 정상화해 재매각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산은이 느끼는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 등의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골머리를 썩었던 경험이 있기에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는 피하고 싶은 선택지였다.

또한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의욕을 드러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의 어려움이 언제 해소될지도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고심에 빠진 산은의 시야에 한진그룹이 들어왔다. 한진그룹은 국내에서 누구보다 항공업에 정통하다. 이 같은 이유로 현산과의 아시아나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을 당시에도 일각에선 대한항공과의 빅딜 가능성을 제기했다. 산은으로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은 충분히 추진해볼 법한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항공업에 대한 노하우는 한진그룹이 국내 최고인 점을 감안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이 한진그룹을 최적의 인수자로 판단해 인수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한진그룹의 내부사정 역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KCGI 주주연합과 힘겨운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으로선 산은이 우군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이 산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되면 산은은 한진칼의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또 산은 입장에선 두 회사를 합치는 것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산은 등 채권단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두곳 대형 항공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했다. 

◇산은,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 유사한 해외 사례도 참고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 독일 등의 해외 사례도 참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FSC(대형항공사)를 1곳씩만 갖고 있다. 반면 우리는 2개의 FSC가 있어서 국제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는 평가가 항공업계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우리 항공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대형항공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항공업체들을 지원하는 국책은행 산은으로서도 항공업계 재편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구 규모를 볼 때 두 개의 FSC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들이 있다"고 전했다. 

해외에선 항공사 간 합병 사례도 많다. 미국에선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이 통합됐고 유럽에선 루프트한자가 스위스항공 등을 인수했고 에어프랑스가 네덜란드 국적항공사인 KLM과 합병하기도 했다. 항공사 간 합병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사례들도 산은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아시아나 빅딜 성사 가능성은?

아시아나항공 최대주주인 금호산업과 현산의 협상이 무산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속전속결로 빅딜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두 회사가 통합할 경우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조만간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과점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하고 있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독과점 논란은 불가피하다.

경영권 분쟁이 있는 한진그룹 상황 역시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반도건설 등과 3자연합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진그룹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 추진 소식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산은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의 주도권은 산은이 쥐고 있다. 산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할 당시 금호고속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매각이 무산되면 지분을 채권단이 임의의 조건으로 매도하기로 합의했다. 현산과의 협상 때보다 산은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다.

정부도 산은이 주도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긍정적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빅딜은 이번주 중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서울=뉴스1)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