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차곡차곡' 모아둔 자사주로 적극 제휴…AI·플랫폼 등 전방위 협력 기대

SK텔레콤의 '아픈 손가락'인 '11번가'가 글로벌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과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간 협력이 성사되면 아마존이 SK텔레콤과 손잡고 한국 커머스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11번가와의 커머스 분야 제휴를 계기로 SK텔레콤과 아마존의 전방위적인 플랫폼 협력도 기대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전자상거래 자회사 '11번가'와 아마존간 최대 3000억원 규모의 투자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SK텔레콤 내외부에선 이미 해당 사실을 공식화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미 1년여 전인 지난해 4분기부터 아마존과의 협력을 위한 내부 테스크포스(TF)를 구성,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면서 "커머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 협력으로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11번가는 적자가 이어지던 지난 2018년, 지분매각 방식으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5000억원 상당의 투자를 받아 자금을 수혈한 적이 있다. 

당시에 SK텔레콤과 11번가는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기관들이 투자를 했다"며 홍보했지만, 일각에서는 11번가의 경영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커머스 업계에 출혈경쟁이 심해져 회사가 '매각'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었다. 

이번 아마존의 3000억 투자는 '지분교환' 방식으로 알려져, 앞서 진행한 '지분 매각'보다 더 끈끈한 제휴 협력 형태로 보인다. 물론 '지속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방편이기도 하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그동안 회사의 주요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지분교환 카드를 유용하게 활용하곤 했다. 앞서 진행한 미디어부문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업체 티브로드의 합병 역시 지분교환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아마존과의 협력도 이같은 방식으로 제휴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8월 SK텔레콤이 5000억원 상당의 자사수 매입을 발표했을 때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극대화 외에 지분교환 방식을 통한 적극적인 M&A나 업무제휴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유통업계는 11번가와 아마존이 손을 잡을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11번가를 통해 아마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도 아마존 '직구'(해외 직접 구매)를 이용하는 쇼핑족이 적지 않지만, 지나치게 느린 배송과 복잡한 교환-환불절차, 일각에서 제기되는 '가품' 논란으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11번가는 가품이 유통될 경우 이를 전액배상하는 제도를 운영하며 그간 이커머스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온 만큼 아마존 진출에 최적의 플랫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현재 SK텔레콤이 주력하고 있는 AI 플랫폼 '누구'를 기반으로 아마존과 인공지능 플랫폼 분야에서의 전방위 협력도 기대된다. 

아마존은 AI비서 '알렉사'를 내세워 AI스피커, 홈서비스 등에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이는 SK텔레콤의 사업 영역과 일치한다. 특히 AI 분야는 인재 확보나 데이터 수집 등에서 개별 사업자의 역량만으로 모두 해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제휴협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박정호 사장은 그동안 'AI 초협력'을 강하게 주장해 왔기 때문에 이번 아마존과의 제휴는 단순 '쇼핑몰' 차원의 협력이 아닌 AI 사업과 이후 플랫폼 제휴까지 아우르는 '초협력'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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