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강화에 따른 이익과 부담 동시 증가
한중 관계는 우려, 한일 관계는 청신호…북한은 '미지수'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 본격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향후 외교 정책에 대한 윤곽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외교 기조도 재정립될 필요성도 동시에 제기된다.

대미 외교, 대중 외교 등 국제사회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G2를 상대로 한 외교를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의 출현은 한국 외교에도 '기조 변화'의 과제를 안겨주는 일이다.

여기에 일본군 강제 위안부, 강제징용 배상 문제라는 양자 현안으로 갈등을 피할 수 없는 한일관계 문제도 해법은 G2 외교와 연계해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외교의 과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강력한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방식의 공격적인 외교를 추진해 왔다. 이는 한미의 대북 정책 추진에 있어서 외교사에 기록될 수준의 사건들을 낳게 했지만, 다른 사안에 있어서는 정부의 스탠스에 큰 부담을 안겨줬던 것이 사실이다.

한일관계 문제에 있어서는 특히 한일을 상대하는 미국의 '밸런스' 외교가 다소 상실된 모습마저 보이며 정부도 해법 도출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에 있어서 전통적인 미국의 방식을 다시 복구할 것이라는 예상을 받고 있다. 바이든 본인 역시 동맹의 강화라는 외교 노선을 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겪었던 외교의 불확실성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미국의 기조가 우리에게 유리한 것만으로는 볼 수 없다. 필연적으로 이어질 미중 간의 갈등에서 동맹 기치의 강화에 따른 부담도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과를 중시하는 방식의 외교를 추구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과거 미국의 방식대로 가치를 앞세우는 외교를 구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미중 갈등 속에서 양국과 실리를 추구하는 방식의 외교보다는 한미 동맹의 가치 하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요구받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은 "정권 교체와는 상관없이 '패권 유지 및 강화'라는 미국 세계전략 목표와 '미국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가치 보호'라는 국가이익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패권은 중국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고 미국 경제는 상대적 쇠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차기 정부의 대외정책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수립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최근 삼성의 전세기 입국을 불허한 사건이 "개별적 사건"이라는 외교부의 설명과 다르게 여론의 주목을 크게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압박'이 시작되는 차원의 행보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인 것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안에 따라 한일 양국의 손을 번갈아 들어주는, 즉 한일 갈등을 '활용하는' 외교를 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대중 견제 차원의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움직임을 더 촉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일관계 개선은 우리 정부에게 이득을 주는 측면도 있다. 다만 양국의 현안이 실익을 따지기보다 가치에 더 무게가 실린 역사문제라는 차원에서는 적절한 해법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처럼 외교적 합의가 '국민정서법'에 위반될 경우 불러올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정부도 섣부르게 이 문제의 정치적 타결을 도모하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일본을 방문한 것은 전략적인 차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가장 큰 현안인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있어 "한국이 완고하다"라는 일본 내 비판 여론을 받아치는 행보인 데다가, 역시 미국의 새 행정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의 입장에서도 한국의 '손짓'을 눈인사로만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박 원장의 이번 행보는 한일관계 재설정의 '공'을 일본에 넘긴 셈이 된다.

한미, 한일, 한중, 한미일 등 동북아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아우르고 있는 이슈는 역시 북핵 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의 밑그림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는 우선 과거 민주당 행정부의 대북 협상 기조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과의 협상에서 결과를 낸다면 동북아 전체에 대한 영향력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이미 시작한 협상을 원점으로 돌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방식에 있어서 남북 대화를 동시 전개하며 북핵 협상의 문고리를 다시 열 것인지, 북미 양자 주도의 협상을 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를 위해 주도적으로 대북 정책을 전개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련 이슈는 내년 바이든 행정부의 공식 출범과 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로 예견되는 제8차 노동당 대회 이후 본격 표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회를 계기로 북한의 스탠스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