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지지층 겹쳐장…尹 상승시 李 하락
尹 지지율, '호남' 이낙연 영향 없어…이재명 '경고등'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쿠키뉴스 의뢰로 진행한 차기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24.7%,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2%,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8.4%를 각각 기록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대에 머물렀던 윤 총장의 지지율이 20%대로 급상승하면서 이 대표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5%P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다른 조사들에서 이 지사가 20%대 초반대로 이 대표와 수위 다툼을 벌이고, 윤 총장이 10% 중후반대에 머물렀던 흐름을 고려하면 이 지사 하락 폭이 그대로 윤 총장 상승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론분석 전문가들도 중도 성향의 부동층 민심이 이 지사에서 윤 총장에게 옮겨갔다는 분석과 함께, 이런 현상이 이 지사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여권 '양강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 여론분석 전문가는 12일 "이 지사는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싫다'는 사람들, 이른바 중도·보수층과 무당층 지지에서 강점이 있는데, 그 부분이 윤 총장 지지로 빠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으로 옮겨간 이들의 성향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이재명 지사 등을 번갈아 지지했던 부동층과 일치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제껏 20%대 박스권에 정체돼 있던 '2李 양강 구도' 역시 바뀌어 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중도층이 이탈하면 지지율이 훅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면 이 지사 입장에서는 경고등이 들어온 셈"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이번 여론조사는 보수 성향 유권자가 과대 표집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튀는 결과가 나왔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만일 윤 총장 지지세가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설 수 있는 개혁 추진력을 갖춘 이 지사의 면모가 오히려 더 부각되면서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호남이란 '콘크리트 지지층'을 지닌 데다 이 지사에 비해 친문계의 호감도가 높은 이 대표 측에서는 상대적으로 '윤석열 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중진 의원은 "안정과 화합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낙연의 기반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당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입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여론분석 전문가는 "'윤석열 바람'이 잦아들지 않고 돌풍으로 바뀌어 이 지사의 표심을 거의 흡수할 경우 이 대표의 콘크리트 지지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종의 '밴드왜건(bandwagon) 효과가 나타나면 이 대표 지지층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고, 윤 총장 쪽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