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보도…정부·청와대 향한 비난은 없어
"시신 수색 노력했으나 결실 못 봐"…"우선적 책임 南에 있다"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으로 인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모습. (해경 제공)
서해 최북단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 총격으로 인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의 모습. (해경 제공)

북한은 30일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에 대해 "남측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며 '보수 세력'을 비난했다. 겨냥해 비난을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을 "남조선 전역을 휩쓰는 악성 비루스(바이러스·코로나19를 지칭)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 수역에서 자기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하여 일어난 사건"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도 이번 사건이 기본적으로 우리 측의 책임이 더 크며, 자신들도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울러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월북 의사 타진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시신 훼손도 부인한 것 역시 기존에 밝힌 입장과 동일하다.

북은 지난달 22일 서해 어업지도원 피살 사건이 발생한 뒤 사흘 만인 2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의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것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과의 말을 전한 바 있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서해 해상의 우리측 수역에 불법침입한 남측주민이 단속에 불응하며 도주할 상황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한 우리 군인이 부득불 자위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시신 훼손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는 "그때로부터 우리는 서해 해상의 수역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해당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하였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보도에서 특이한 점은 북한이 우리 정부나 청와대가 아닌 '보수 세력'을 겨냥해 비난을 가한 점이다. 북한은 '보수 세력'이 이번 사건을 들어 자신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남조선 보수 패당의 계속되는 대결 망동은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동족 대결 의식이 뼛속까지 들어찬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 세력들은 계속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마구 헐뜯는데 피눈이 되어 날뛰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저들의 더러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뒤를 가리지 않고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건의 전말에 대한 이성적 판단과 올바른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기미는 꼬물만큼도(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라며 "오직 동족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조장시키고 현 당국의 무능력을 타매하는 데 필요한 건덕지를 끄집어내고 부풀리는 데만 혈안이 돼 날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보수 패당의 처사는 인간의 생명과 인권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남조선 사회에 전례 없는 반공화국 대결과 '용공척결'의 광풍을 몰아오려는 데 그 진의가 있다"라며 "그 어떤 허위 날조와 모략의 흉계도 우리 공화국의 영상을 절대로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아울러 "이는 우리가 지금껏 견지해 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또다시 흔드는 것"이라며 "남조선 보수 패당의 분별없는 대결 망동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우리 정부나 청와대를 향한 비난은 없었다. 북한은 이날 보도를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세력'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춰 냈다. 

북한은 A씨에 대한 피격이 그의 '불법 침입'과 '단속 불응' 때문이며 '도주 상황이 조성된 것'이라는 군인의 부득이한 자위적 조치에 다른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해서도 "남조선 군부에 의해 이미 진실이 드러났다"라며 자신들이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음을 재차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안을 지적하고 있는 남측의 '보수 세력'을 '미친병자들'이라고 비난하며 "정권 강탈 야욕에 환장이 돼 가중되는 민생 악화와 악성 전염병 사태에는 아랑곳없이 사회적 혼란 조성에만 피눈이 돼 날뛰고 있어 북남 사이에 불안과 불화의 구름이 걷히지 못하고 있다"라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다. 

북한의 이러한 보도는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의 동포들에게도 따뜻한 이 마음을 정히 보내며 하루빨리 이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북과 남이 다시 두 손을 마주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북한 역시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남한과의 관계설정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보수세력을 비난한 것은 상황에 따라 문재인 정부와 관계개선을 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