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일관, 늑장수사에 시효 만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5월 2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조작·은폐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019년 5월 2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조작·은폐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성 접대를 비롯한 3억원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7년여 만에 법원의 첫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오랜 시간을 지체한 탓에 핵심 의혹인 '별장 성접대'와 일부 뇌물수수 혐의 등은 모두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이 나왔다.

김 전 차관의 성접대 혐의 사건은 2013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면서 수면위로 나왔다. 당시 김 전 차관은 검찰총장 추천 후보군이었으나 검찰총장 후보위원회(위원장 정성진)의 심사 결과 탈락하자 박 전 대통령이 그를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닌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김 전 차관이 임명되자마자 어떤 동영상이 정치권 사이로 돌기 시작했고,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이뤄진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했는데, 여기에 김 전 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동영상은 2012년 말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부인이 한 여성을 남편과 내연관계라며 간통죄로 고소했고, 이 여성이 윤씨를 강간 등 혐의로 고소하는 과정에서 처음 수면 위로 올랐다. 이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결국 언론 보도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경찰은 2013년 7월 18일 "동영상 속 인물은 김학의 전 차관"이라고 확정해 발표했다. 피해자들 30여 명에게 일일이 확인 진술을 받고, 동영상 원본을 입수해 얼굴 및 과학적 성분 분석까지 마친 결과였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에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특수강간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에서는 2013년 11월 김 전 차관과 윤중천에 대해 특수강간 사건과 관련하여 잇따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차관과 윤중천이 강간 사실과 동영상 촬영을 부인한다는 점,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2014년 7월에는 "윤중천으로부터 김학의에 대한 성관계를 강요받았다"는 여성 이씨가 나타나 윤중천과 김 전 차관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이씨가 지난해 검찰에서 진술한 것과 달리 “동영상 속 인물이 나”라고 밝힌 점 외에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했고, 이 결정에 대해 재정신청이 이루어젔으나 이마저도 기각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19년 발족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의한 재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수사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3월 14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2013년 당시 경찰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동영상을 추가 확보했었고 이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당시 명확한 동영상을 근거로 경찰이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에도,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한 것이다.

검찰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인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윤씨와 함께 구속기소 했지만, 단죄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이 과정에서 성접대 의혹은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와 3000만원 상당의 수뢰 혐의와 한 덩어리로 취급됐다. 

하지만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죄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되면서 성접대와 3000여만원 수뢰 혐의까지 아예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1억 미만의 뇌물수수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인데 무죄로 판단된 금액을 제외하면 1억원에 못 미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별장 성접대와 관련한 뇌물수수 혐의는 면소로 유무죄 판단조차 받지 못했다. 다만 진위 공방이 있었던 성접대 동영상 속 인물은 김 전 차관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뿐이다.

김 전 차관의 혐의 시점이 대부분 2000년대 중반 이후인 점을 고려할 때 검찰이 2013년이나 2015년에 무혐의 처분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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