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최씨로부터 2011년 5월까지 받은 차명폰 사용대금
1심 "뇌물 아냐"→2심 "뇌물"…4200여만원 공소시효 살아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건설업자와 부동산 시행업자 등으로부터 성 접대를 포함한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4)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500만 원, 추징금 4300만 원을 선고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던 김 전 차관은 지난해 11월 2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지만 항소심 선고로 1년여 만에 다시 구치소에 수감됐다. 

2013년 건설업자 윤중천 씨(59·수감 중)로부터 별장 성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7년 만에 김 전 차관에게 처음 유죄가 선고된 것이다. 

무죄에서 유죄로 바뀌게 된 데에는 김 전 차관이 2000∼2011년 이른바 ‘스폰서’ 역할을 한 부동산 시행업자 최모 씨로부터 현금과 차명 휴대전화 사용 대금, 법인카드 사용 대금 등 4300여만 원을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최 씨가 1998년 부동산 시행사업과 관련해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형사 처벌된 전력이 있어 다시 검찰 조사를 받을 경우를 대비해 뇌물을 건넨 것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다.

1심은 휴대전화 사용대금과 관련한 김 전 차관의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직무 관련 청탁을 했다거나, 김 전 차관이 사건 처리에 관여 또는 다른 검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직무상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봐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 무죄로 봤다.

이에 따라 1심은 나머지 2000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 받은 법인카드, 설날 상품권 등 4700여만원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난 뒤 기소가 돼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뇌물액 1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공소시효가 10년이다.

그러나 2심이 2011년 5월까지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받은 차명휴대전화 사용대금을 뇌물로 인정하면서, 1심에서 공소시효 만료가 된 법인카드 등 부분의 공소시효가 다시 살아났다. 

2심은 "최씨가 1998년 자신이 관여한 시행사업과 관련해 담당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특수부 조사를 거쳐 형사처벌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특수부 검사 출신인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과정을 알게 되는 등 도움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씨 형사사건은 1999년 확정됐고 판결 확정 이후인 2000년부터 2011년 사이 최씨는 부장검사와 법무부 검찰과장, 대검 공안기획과장으로 근무한 김 전 차관에게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고 자신의 시행사업과 관련해 다시 특수부 조사를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김 전 차관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김 전 차관은 2000년 10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최씨로부터 현금 수수 및 차명휴대폰 요금 대납, 법인카드 요금 대납 등 다양한 형태로 4300만원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공소시효가 완료되기 전의 뇌물수수 행위가 인정되면서, 공소시효 완료가 된 법인카드, 설날 상품권 등의 뇌물수수도 하나의 범죄행위로 묶여 공소시효 만료를 적용받지 않게 된 것이다.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항소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사업가 최모씨의 증언에 대해 다르게 봤다"며 "다른 변호인들과 합의해 상고를 한 후 대법원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는 김 전 차관이 최씨에게 받은 차명휴대전화 요금의 대가성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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