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보건협력으로 남북관계 복원의지 밝혀
북한 무응답으로 일관…급반전 가능성도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남북이 감염병과 재난재해를 함께 극복해야 한다며 '생명·안전공동체' 개념을 재차 제안한 것은 보건협력을 토대로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연결된 국토, 바다, 하늘에서 평화는 남북 모두를 위한 공존의 길"이라며 "사람과 가축 감염병, 재해 재난 극복을 위해 남과 북이 생명·안전공동체로 공존의 길을 찾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보건협력을 연결고리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려 했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3일 유엔총회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한과 중국·일본·몽골 등이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역시 지난 7월 취임 이후 코로나19뿐 아니라 장마와 태풍으로 남북에 수해가 발생했을 때 남북이 보건과 재난재해 부문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며 여러 차례 협력을 제의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보건협력'을 남북관계 복원 방안의 화두로 거듭 띄우는 것은 남한뿐 아니라 북한도 보건 측면에 절실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3월과 9월 두 차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했는데 모두 코로나19 극복 노력에 대한 응원을 담았다.

3월에는 "(한국이) 반드시 이겨낼 것으로 믿는다. 남녘 동포의 소중한 건강이 지켜지기를 빌겠다"고 했고, 9월에는 "귀측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악성비루스확산과 연이어 들이닥친 태풍피해 소식에 접했다. 남녘 동포들의 소중한 건강과 행복이 제발 지켜지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북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을 최우선 순위의 국정과제로 삼고 있다.

북한은 국가비상방역사업 강화를 연말까지 강행키로 한 '80일 전투'의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연일 '철통같은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북제재 장기화에 태풍·수해까지 겹쳐 경제상황이 악화했음에도, 방역문제로 연초부터 봉쇄한 국경을 쉽사리 열지 못해 중국 등 외부와의 교역 정상화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남북한이 공감대를 만들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남측의 이런 제안들에 북한은 줄곧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측이 북한의 수해 복구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지난 8월 방역 문제를 이유로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거부 의사를 표했다. 

정부가 제안한 남북 보건협력의 필요성과 별개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남북 두 정상이 지난달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언급하는 친서를 교환하는 등 물밑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남북의 보건협력도 언제든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 남북관계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이인영 장관은 최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가시권에 들어오거나 시중에 유통되기 시작하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남북 보건의료 협력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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