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17개 시민단체, 국회 앞 기자회견
“집단소송제·징벌적 손해배상제·증거개시제 입법 촉구”
기업들 반발에…“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것” 주장

한국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17개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권익 3법’입법을 초국했다. Ⓒ경실련
한국소비자연맹, 경실련 등 17개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자 권익 3법’입법을 초국했다. Ⓒ경실련

[편집자주] 우리는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탈산업 사회와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시키는 불평등은 고착화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이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역으로 충분한 역할을 해왔으나 불확실성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문제해결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한 공동체와 시민사회 영역이 국가와 시장으로 기울어졌던 사회의 균형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동시에 국가 뒤에서 소극적 위치에 머물렀던 시민권력과 시민사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시대의 문제를 해결해가며 더 나은 세상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적극적 시민과 역동적 시민사회가 요구된다. 기획 <시민, 세상을 바꾸다> 는 그러한 개인과 시민사회를 주체로 세우는 작업이다.

 

소비자·시민단체들이 가습기 살균제 참사,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금융 피해사건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피해 구제와 방지를 위해 국회가 이른바 ‘소비자 권익 3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금융정의연대 등 17개 소비자·시민사회단체들은 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참사,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라임·옵티머스 사태, 금융·카드사·포털사이트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지만, ‘소비자 권익 3법’이 마련되지 않아 제대로 된 책임 규명과 피해 구제, 재발 방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의 집단적 피해를 구제하려면 국회가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증거개시제도등 ‘소비자 권익 3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일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모든 피해자가 함께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이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소송을 당한 기업에 고의성 등이 있을 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다. 증거개시제도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이라도 피해자가 집단소송으로 다퉈질 사실에 대한 증거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9월 28일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재계는 이러한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소송 남발로 인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대외 경쟁력 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법안 도입에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단체들은 해당 제도들이 입법화돼야만 국내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난 폭스바겐은 미국에서는 징벌적 배상이 적용되기도 전에 약 17조원을 들여 피해 배상에 나선 반면 배출가스 조작과 화재 결함 등으로 문제가 된 독일 자동차업체들은 한국 소비자에 대해 특단의 배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제품 안전과 품질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득을 취하고자 이루어지는 영업 활동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현행 법제론 가습기 살균제와 같은 참사의 재발 방지 대책을 수행하리라 기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사들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피해자들과의 소송 비용이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는 비용보다 덜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들은 보안 시스템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서 “지금이라도 해당 법안을 개정해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을 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과거에도 다수의 소비자 피해를 실효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집단소송제 도입 등이 논의됐으나 증권 분야에만 한정적으로 도입됐을 뿐 까다로운 소송제기 요건과 복잡한 소송절차, 과도한 소송비용, 입증책임의 한계 등으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면서 ‘소비자 권익 3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소비자 권익 3법 도입이 과잉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에 대해 "현재 정부안을 비롯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소송 남발을 제어하고자 법원 허가를 받은 경우에만 집단소송이 가능하도록 제한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며 “소비자의 집단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성 강화와 예방 효과 극대화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체들은 해당 법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이날 여야 원내대표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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