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지배구조 개편, 상속 문제 해결 등 해결 과제 산적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키’를 이어받게 돼 본격 '이재용 시대'가 열렸다.
이 부회장의 '뉴 삼성'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앞서 풀고 넘어가야 할 맞딱드린 과제가 만만치 않다.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승계 문제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회계부정 사건 등 두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26일엔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의 국정농단 뇌물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예정돼 있다.
또한 이 회장 별세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하고 상속 과정의 변수가 있다. 이 부회장이 승계를 마무리하기까지 가야할 길이 간단치가 않다.
이 부회장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이미 삼성그룹의 총수다. 2018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을 고(故) 이 회장에서 이 부회장으로 변경했다. 공정위는 ▲이 회장의 와병 후 이 부회장의 결정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미래전략실 해체 같은 중대한 조직 변화가 있었고 ▲2018년 2월 고등법원 판결에서 이 부회장을 삼성그룹의 사실상 총수라고 규정했으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을 이 부회장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 판단처럼 삼성그룹 지배구조는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 구조는 더 공고해졌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17.33%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55%),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55%), 고 이 회장(2.88%) 등 가족 주식까지 합쳐 이 부회장 일가 소유의 삼성물산 지분은 33.4%다.
그런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법 위반 여부를 가릴 재판이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주식은 없고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있을 법원의 결정에 따라 합병에 따른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갈 수 있다.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가로막는 장벽이 또 있다.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사의 자산 비율을 산정할 때 주식 ‘취득 당시 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 가격’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총자산 3% 이내로만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3%룰’에 걸리게 된다. 이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8.5%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끊어질 수도 있다. 이 구도를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전자’로 바꾸려면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전자에 매각하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주가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는 당장 삼성전자의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일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부회장 체제가 정착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주가나 향후 경영 성과에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짚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많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이 몰려 ‘국민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룹 전체 지배구조나 상속세 등 때문에 개별 계열사의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애널리스트는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가족 간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계열사 간 이해관계에 따라 주가가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재산의 상속 과정도 이 부회장의 승계에 변수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이 가지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18%를 비롯해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8%) 등의 상속재산가액이 약 18조원, 이에 해당하는 상속세만 약 10조~1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막대한 상속세를 해결하기 위해 상속 과정에서 삼성전자 보유 지분에 대한 매각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부회장과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지분 변동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이 6월 말 현재 보유한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은 0.7%에 불과하다. 그의 그룹 지배력은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에 기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33%)다.
현재 이건희 회장 등 삼성전자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계열사 포함)이 가진 지분은 모두 21.36%(우선주 0.25% 포함)이나,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권은 15%까지만 행사할 수 있다.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 소속 금융·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경영권과 관련된 주요 안건을 결의할 때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가진 주식의 15%까지만 의결권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이 난제를 해결하깅 위해 의결권을 온전히 쓸 수 없는 이 회장 보유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이 부회장이 넘겨받은 뒤 매각해 상속세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상속 과정에서 지주회사 체제로의 변환 등 현재 삼성에 요구되는 ‘정상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처리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