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LG·롯데·한진 등 주요 기업 1~2세대 경영인 별세·퇴진
이건희, 구자경·구본무, 신격호, 김우중, 조양호 등 주역 잇따라 별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삼성전자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삼성전자 제공)

한국 재계를 이끌던 1·2세대 경영인이 별세하거나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재계의 3·4세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2년 내 1·2세대 경영인의 별세나 일선 후퇴를 알린 기업으로는 이건희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한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LG, 롯데, 한진, 옛 대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할 당시 10조원이 채 안 됐던 삼성그룹의 매출을 2018년 말 기준 386조원 규모로 성장시켰다. 회장 취임 당시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라고 한 이 회장은 삼성을 오늘날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자신의 선언을 증명했다. 

그의 뒤를 잇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자리에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대물림 경영 종식 선언과 함께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꾼다"고 밝히며 '뉴삼성'을 이끌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 14일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정의선 회장이 자리를 물려받으며 3세 경영의 개막을 알렸다. 1938년생인 정몽구 명예회장은 '왕회장'으로 불린 창업주이자 선친인 정주영 회장과는 나이 차이가 23세에 불과, 오늘날 범(凡)현대가를 일군 1.5세대 경영인으로 불린다.

LG그룹에서는 2세대 경영인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지난해 12월 타계했고, 앞선 2018년 5월에는 구본무 회장이 별세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70년부터 1995년까지 25년간 2대 회장을 지내며 오늘날 LG의 주력사업인 화학, 전자부문을 성장시키고, 소재부품 사업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오늘날 LG그룹의 재계 4위로 성장하는 발판을 다진 인물로 평가받는다.

고 구자경 LG명예회장(왼쪽)이 1999년 8월 아들인 고 구본무 회장과 이야기를 나구고 있는 모습.(사진=LG그룹)
고 구자경 LG명예회장(왼쪽)이 1999년 8월 아들인 고 구본무 회장과 이야기를 나구고 있는 모습.(사진=LG그룹)

구본무 회장은 부친인 구자경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총수에 올라 취임 당시 매출 30조원에 규모였던 LG그룹을 2017년 말 기준 매출 규모 160조원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구본무 회장의 뒤를 이어서는 40대 구광모 회장이 총수에 취임해 LG그룹을 이끌고 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올해 1월 별세했다. 일본에서 기업가로 성공한 신격호 명예회장은 한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리자 1967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호텔롯데, 롯데쇼핑,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 등을 설립하거나 인수해 롯데그룹을 오늘날 재계 5위로 성장시켰다. 부친의 뒤를 잇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아들 신유열씨를 일본 롯데에서 경영수업을 받게 하는 등 3세 경영에도 대비하고 있다.

한진그룹 2세 경영인인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4월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조양호 회장은 1969년 8대의 항공기로 출범한 대한항공을 전 세계 40여개국 110여개 도시에 취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조양호 회장의 뒤는 아들 조원태 회장이 잇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경영'을 내세우며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선봉에 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별세했다. 김우중 회장은 1967년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한 이후 30여 년 간 승승장구하며 '대우신화'를 써 내려갔지만, 대우그룹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으며 결국 해체수순을 밟았다.

재계 관계자는 "1·2세대 경영인들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를 최선봉에서 이끈 주역들"이라며 "이들의 잇따른 부음소식으로 한 시대가 상징적으로 저물고 3·4세대가 경영하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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