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우호 관계 의미 넘어…미중갈등 의식 행보
남북관계 돌파를 위한 우리 정부 행보 '관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간의 북한 국빈방문 일정 중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박2일간의 북한 국빈방문 일정 중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CCTV 화면 캡쳐)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과 중국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계기로 연일 '북중관계'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인민지원군의 조선전선 참전 70돌을 맞아 평안남도 회창군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중국의 6·25전쟁 참전을 기념해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참배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2013년과 2018년 중국인민지원군의 열사능을 참배한 적이 있지만 북한이 중국인민군 참전 기념이 아닌 '조국해방전쟁 승리기념일'(7월27일) 60주년과 65주년이 계기로 방문했다.

노동신문은 중국인민지원군의 조선전선 참전 70돌 기념일인 25일 당일에는 1면에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들의 위훈은 조중(북중) 친선의 역사와 더불어 길이 빛날 것이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친분관계를 과시했다. 

신문은 "(북중 관계가)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그 무엇으로써도 깨뜨릴 수 없는 불패의 친선으로 강화 발전되었다"면서 "그 어떤 풍파에도 끄떡없는 친선관계로 억척같이 다져진 조중 두 나라사이의 훌륭하고도 위대한 단결을 다시금 만천하에 과시하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설과 특집 기사를 통해 북중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하고 공고한 친선관례"라면서 상감령 전투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상감령 전투는 지난 1952년 10월 14일부터 11월 5일까지 강원도 김화에서 43일간 벌어진 전투다. 중국은 이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왔다)' 전쟁에서 미국을 상대로 거둔 최대의 승리라고 자부한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 '상감령 전투'의 중국군 활약상을 소개한 것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항미원조' 정신 띄우기에 발을 맞추는 행보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에 승리한 전투를 부각해 중국과의 우호 다지기에 적극 나선 것이다.

노동신문은 26일 6면에 '당의 영도적 역할을 더욱 높여나가고 있는 중국'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공산당은 당의 전면적이며 통일적인 영도를 실현하는 것을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담보로 간주하고 이 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는 경제건설에 대한 당의 영도적 역할을 높이는데도 큰 관심을 돌리고 있다"며 "내외적으로 도전과 난관들이 적지 않게 제기되는 속에서도 중국은 당의 영도적 역할을 강화하여 많은 성과들을 이룩하고 있다"고 극찬했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중국은 우호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올해 북한이 중국의 6·25전쟁 참전 기념일을 계기로 돈독한 북중관계를 과시하는 이유는 내부 사정과 외부적으로는 격화되고 있는 미중 갈등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최근 대북 제재·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해 피해 복구 등 삼중고를 겪고 있어 우방국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지원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특히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이 결국 무산됐지만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해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점도 중국과의 친선강화를 강조한 측면이 있다.

나아가 북한, 중국 두나라 모두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으로선 중국과의 혈맹관계를 거듭 확인하며 중국과의 관계기반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다. 

또 11월 초 미국 대선과 관련해 북한이 현 시기에서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단단히 다져놓을 경우 미국 차기 정권과의 협상에 나설때 중국을 우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협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

중국도 미중 갈등 속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해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시진핑 주석은 직접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돕는다) 정신을 띄우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베이징에서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전시를 관람한 데 이어 지난 21일 평남 회창군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에 화환을 보냈다. 이어 지난 23일 중국군 6·25 참전 70주년 기념대회 연설에서 6·25 전쟁을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부르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향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밝혔다.

시 주석 연설에는 북중이 단순한 우방국 수준을 넘어 미국과 함께 맞선 혈맹관계임을 강조하며 양국이 함께 미국과 맞서자는 '무언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또 한국에게는 미국과 거리를 두도록 압박하는 뜻도 있다.

북한이 '북중 관계'를 과시하는 행보를 하는 이면에 다양한 함의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가 어떠한 방식으로 남북관계 물꼬를 틀 수 있을지, 나아가 중국과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남북간 관계개선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어 한반도 둘러싼 가장 큰 정세요소로 미중관계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남북관계를 미국 대통령 선거결과로 단순하게 볼 수는 없지 않다. 전체적으로 미중관계 어떻게 발전해갈거냐 이런것들 같이 보면서 그속에서 남북관계, 북미관계 이런 것들이 어떻게 발전돼야 좋을지, 우리는 어떤 역할해야 좋은지 같이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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