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계 주축 광화문포럼 본격 시동…이낙연계 촉각

더불어민주당 대권 잠룡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측근 그룹인 이른바 '정세균(SK)계'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권에 따르면 SK계가 주축인 의원 모임 '광화문포럼'이 모임을 시작하면서 일각에서는 여권의 잠재적 차기 대선 후보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광화문 포럼은 26일 국회에서 첫 조찬 모임을 갖는다. 이 포럼은 정 총리가 의원 시절 17대 국회에서 주도해 만든 공부 모임으로 당시 명칭은 ‘서강 포럼’, 참여 인원은 30명 남짓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름이 바뀌고 초선 의원들도 대거 합류하면서 전체 민주당 의원 수(174명)의 3분의 1에 가까운 50여 명 이상으로 세를 불렸다. SK계 이외에도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 의원들도 두루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공부모임을 표방하지만 회장은 김영주 의원이,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각각 이원욱 의원과 안호영 의원이 맡는 등 SK계 주도라는 점에서 넓은 차원의 지지모임으로 볼 수 있다.

광화문 포럼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최근 여권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지율 1위를 달렸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1위 자리를 내주며 여권의 차기 구도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6일에는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총리가 대선을 겨냥하고 있다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할 타이밍”이라며 “정 총리는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만큼, SK계 의원들이 여의도를 중심으로 세 불리기를 위한 물 밑 작업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의장과 민주당 대표, 국회의장 등을 거치며 탄탄한 당내 기반을 쌓은 정 총리 주변에서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권 모드가 조기에 점화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정 총리 측은 이런 움직임에 단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것에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정 총리 측 관계자는 "정 총리는 현재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난 극복에 전념하겠다는 생각 뿐"이라며 "정 총리 본인과 관계없는 자발적 움직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 본인은 향후 행보에 말을 아끼며 국정에 집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정치권에선 그가 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내년 3월월 전후에 총리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 총리는 앞으로 전국을 돌며 중앙재난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거나 규제혁신 등 경제 행보에 주력하며 국정 존재감을 키울 방침이다. 

이러한 정 총리와 SK계의 행보에 이낙연 대표 측은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 상으로는 이 대표가 정 총리를 훨씬 앞서지만, 정 총리가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에 뛰어들 경우 파급력이 작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내 경선 판이 펼쳐지면 이 대표로서는 지역 기반이나 이미지가 비슷한 정 총리가 현재 지지율이 높은 이재명 경기지사보다 오히려 위협적인 상대가 될 것이란 이야기도 있다.

이 대표는 전남 영광, 정 총리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호남 지역 기반이 같고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총리를 지낸 데다 온건하고 합리적이라는 이미지도 겹친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와 공통점도 없고 각각을 지지하는 층의 성향도 뚜렷이 갈리는 이 지사와 달리 정 총리는 경선 후보로 함께 나온다면 이 대표 지지 표가 일부 분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잠시 불거졌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정 총리 차출설의 발원지를 두고서 일각에선 이 대표 쪽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최근 '2020 더혁신위원회'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선 '대선 판깔기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 총리와 이 대표 간에 대선 신경전이 벌써 시작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상룡 기자 psr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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