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히트·카겜 포함 11개 신규상장 중 8개 시초가 아래로
'학습효과' 생긴 투자자…"IPO 투자경험으로 전략 또한 진화"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10월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글로벌 아이돌그룹 BTS(방탄소년단)의 소속서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마저 주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공모주 광풍이 급랭하는 분위기다.

카카오게임즈와 빅히트를 포함해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한 종목의 80%가 시초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자 증권가는 공모주의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빅히트는 전날 종가 기준 시초가(27만원) 대비 32% 하락했다. 상장 직후 반짝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가격인 35만1000원 대비로는 48% 급락했다. 

빅히트는 공모주 청약에서 역대 두번째로 많은 증거금을 모으며 상장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상장 직후 반짝 따상에 그친 뒤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한때 공모가 대비 160%에 달하던 수익률은 전날 종가기준 35%로 줄었다. 

시초가 아래로 주가가 추락한 종목은 빅히트만이 아니다.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스팩 제외)한 종목 11개 중 빅히트를 포함해 8개 종목의 주가가 '따상'은 커녕 시초가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의 80%가 넘는 수준이다. 

신규 상장한 종목은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 이오플로우, 압타머사이언스, 핌스, 비비씨, 박셀바이오, 원방테크, 넥스틴, 피플바이오로 총 11개다. 

이가운데 카카오게임즈는 역대 최고 수준의 증거금을 모으며 대흥행했으나 상승세는 '따상상'에서 마무리됐다. 3거래일 장중 8만910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찍었으나 주가 거품 논란 속에 약세로 돌아섰고 전날 종가 기준 시초가(4만8000원) 대비 6.7% 떨어졌다. 

11개 종목 중 시초가 대비 주가가 오른 종목은 이오플로우(86%), 피플바이오(39%), 넥스틴(6%)에 불과하다. 빅히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비비씨(-29%), 핌스(-29%), 압타머사이언스(-28%),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20%), 박셀바이오(-12%), 원방테크(-9%) 등은 모두 시초가 아래로 주가가 내려왔다. 

하락폭이 가장 큰 종목인 비비씨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977.5대 1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상장 주관을 맡은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실제 수요예측 참여 물량 99% 이상이 공모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면서 공모가를 희망밴드 최상단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 청약률도 464.19대 1을 기록하는 등 높은 경쟁률을 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상장 후 한 번도 공모가에 도달하지 못하고 흘러내렸다. 

공모가 기준으로도 11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은 빅히트와 이오플로우(110%), 피플바이오(25%), 넥스틴(0.7%), 피엔케이피부임상연구센타(21%) 등 5개 종목에 그친다. 카카오게임즈를 비롯해 나머지 6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 밑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빅히트 주가가 상장 초반 약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투자자들의 학습효과와 공모가 고평가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했다. 특히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고점에 물린 경험이 있거나 이를 지켜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수많은 공모주를 겪으며 일종의 '학습효과'가 생겼고, 이로 인해 추격매수 등이 이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주라고 무조건 '따상'에 성공하거나 주가 상승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학습하면서 공모주에도 '옥석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해석이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올 한해 대표적 IPO인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며칠 상한가를 기록하고 바로 하락 전환했다"며 "올해 뜨거웠던 몇차례의 IPO 투자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의 전략 또한 진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공모주 과열 분위기 속에 신규 상장한 주식들은 시초가에만 팔아도 50% 이상의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만약 빅히트처럼 상장 전부터 대어로 분류돼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시작할 경우 상장 직후 물량을 청산하는 사례가 많아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빅히트의 주가가 상장 이후 내리막을 타고 있는 가운데 기관이 보유한 주식이 앞으로 한 달 안에 대량으로 풀릴 예정이어서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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