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진흥원, 첫 투자 100억원부터 초기 1년간 13회 걸쳐 1060억 투자
원금+이자까지 조기 회수했지만 …추후 '피해자' 양산 비난 불가피

펀드 환매 사기로 5000억원대 피해를 일으킨 '옵티머스 사건'에 수많은 기업과 기관 등이 연루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이하 전파진흥원)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 펀드' 1호 가입자인데다 무려 1000억원이 넘는 기금을 옵티머스에만 투자했기 때문이다. 

전파진흥원은 초기 10개월간 13회에 걸쳐 1060억원에 달하는 '몰빵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안정적인 기금운용이 필수인 공공기관에서 크게 벗어난데다 기금운용상 투명성 논란도 지적되고 있다.

다행히 외부 제보 덕분에 과기정통부가 조기에 문제를 감지하고 전파진흥원이 투자금을 회수해 피해는 막았지만 허술한 기금 운용 실태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상황이다.   

19일 옵티머스자산운용 가입자 명단에 따르면 전파진흥원은 지난 2017년6월5일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전신인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의 '베리타스레포연계 BIG&SAF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1호'에 100억원을 투입한 '1호 투자자'다. 이후 전파진흥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가 시작되기 전인 2018년3월22일까지 10개월간 13회에 걸쳐 1060억292만6478원을 투자했다. 

전파진흥원은 매년 2조30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과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을 맡아 운용하고 있다. 기금은 통신사와 방송사, 홈쇼핑사 등이 주파수할당대가, 출연금, 분담금 등으로 조성한다. 그중 연간 2000억원 정도는 별도로 자금운용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체 운용규모 2000억원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000억원을 이상을 옵티머스 펀드에 집중 투자한 셈이다. 전파진흥원은 "명단에 등장한 투자는 사실이 맞다"고 인정했다. 

전파진흥원은 1호 펀드 투자자일뿐만 아니라 이후 1년여간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구성한 사모펀드 총 10개 상품의 1호 투자자가 됐다. 

예를들어 전파진흥원이 300억원 규모로 2017년 6월 투자한 '베리타스레포연계 BIG&SAF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1호'와 '베리타스레포연계 BIG&SAFE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2호' 상품은 이후 2018년 3월29일까지 10개월간 26명 이상의 개인 및 기관 투자자에게 팔려나갔다. 

이들의 투자 총액은 638억원 가량이며, 대부분 개인투자자다. 전파진흥원이라는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3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함에 따라 개인 투자자들이 뒤를 이어 한번에 30억원씩 투자한 정황이 명단에 나타나 있다. 

전파진흥원이 앞장서 투자한 상품들은 이후 개인투자자와 타 기관, 기업들에 차례로 판매됐고 결과적으로 이를 통해 세를 불린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지적이다. 전파진흥원이 옵티머스의 사기행각에 일조했다는 비판도 이 때문에 나온다. 

전파진흥원은 2018년에 원금 1060억원과 이자 16억원까지 모두 회수했다. 하지만 전파진흥원의 투자를 레퍼런스(투자사례) 삼아 따라들어간 개인 및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 현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파진흥원이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 계기도 스스로 옵티머스의 '비정상적인 사기투자'를 판명해 낸 것이 아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 덕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 내부 경영권 분쟁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 이혁진 전 대표가 과기정통부에 "옵티머스의 투자금이 당초 투자자에게 보고한 바와 달리 위험도가 높은 종목에 투자되고 있다"고 내부고발을 하면서 과기정통부가 긴급 감사에 돌입해 사기투자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 측이 보고와 다르게 위험도가 높은 종목에 투자를 하는지, 전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시 전파진흥원이 800억원 이상의 펀드 투자를 할 때 판매창구는 대신증권이었다. 

실제 전파진흥원은 과기정통부의 감사 이후인 2018년 10월에 허위 보고와 사기 투자를 한 옵티머스자산운용과 허위투자처였던 성지건설은 물론 판매처인 대신증권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후 2년 간 수사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 전파진흥원이 2018년에 대신증권과 옵티머스 등을 이미 고발했다는 뉴스1 보도가 나온 다음날인 지난 16일에야 전파진흥원과 대신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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