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준 특정로펌 취업, 거래 중인 증권사 재취업도
추경호 "KIC 퇴직자 재취업 관리 허술…시스템 전면 개선해야"

한국투자공사(KIC) 직원들이 재임 중 부당 거래를 한 기관이나 기업 등에 퇴직 후 재취업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KIC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최근 5년간 KIC 퇴직자는 총 74명으로 이 중 확인이 가능한 재취업자는 44명(59.5%)이었다.

재취업 기관을 보면 금융기관(29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법무·세무법인(8명), 일반 기업(7명) 순이었다. 퇴직자의 절반이 금융기관 또는 대형 로펌, 세무법인에 재취업한 것이다. 

해 재직 당시 특정 로펌에 일감을 몰아줘 내부 감사에서 적발된 직원 3명이 퇴직 후 해당 로펌에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KIC 재직 당시 법무자문사 용역 계약을 체결하는 업무를 하면서 '예상 비용이 5천만원 이상일 경우 5곳 이상에서 견적서를 받아 비교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2~3곳에만 견적서를 요청해 해당 법무법인과 계약한 사실이 2018년 실시된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KIC에 해외 법무법인 풀(pool) 44곳, 국내 법무법인 풀 7곳이 있는데도, 2~3곳만 '콕 집어' 견적서를 요청한 것이다. 내부 감사 적발 후 이들 직원은 2018년 12월과 2019년 7월, 10월에 각각 퇴직했고 곧바로 해당 대형 로펌들에 재취업을 했다. 

KIC와 거래 중인 국내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다. 위탁운용팀, 거시분석팀에 근무 중이던 직원 2명은 각각 2017년 5월과 6월에 퇴직해 A증권사와 B증권사에 재취업을 했다. 이 가운데 A증권사는 해당 직원이 재취업하기 5개월 전부터 KIC와 거래 중이었으며, 이 직원이 재취업한 뒤 6개월 안에 총 3차례에 걸쳐 122억원을 거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KIC 주식운용실, 전략리서치팀, 투자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퇴직해 KIC와 거래 중인 해외 증권사에 재취업한 사례도 있었다. 

추 의원에 따르면 KIC의 퇴직자 재취업 정보 관리는 '허점투성이'다. 우선 KIC는 직원 퇴직 시 학업, 전직 등 퇴직 사유는 밝히도록 하면서, 재취업 기관이나 재취업 일자를 회사에 통보하는 것은 퇴직자의 재량 사항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5년간 퇴직자 74명 중 30명의 재취업 여부 등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KIC의 재취업자 관리 내부 규정을 보면 퇴직자가 KIC와 거래 상대인 기관에 취업할 경우 '퇴직일로부터 6개월간' 퇴직 임직원과 거래를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퇴직한 뒤 6개월이 지나서 재취업을 했다면 사실상 아무런 거래 제한을 받지 않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재취업 정보 조회 및 제공 동의서를 받아 퇴직 후 2년간 관리하고, 퇴직 임직원을 채용한 기관에 대해 '재취업일로부터 6개월간' 거래 제한을 두는 것과 대조적이다. 

추 의원은 "국가 재산을 운용하는 KIC를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로 삼는 것이 KIC의 현실"이라며 "KIC는 허술한 재취업자 관리 시스템을 이대로 두면 좋은 자리로 이직하기 위해 거래 업체에 특혜 제공, 비밀 정보 유출 등의 유인이 커질 수 있음을 유념해 관리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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