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임신부 물량 의료기관 자체 조달로 편차 생겨
백신 품귀는 접종자 쏠림 때문…무료백신 생산량 줄인 탓도

독감백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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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감백신(인플루엔자 백신) 생산분을 지난해보다 20% 증량했음에도 일선 의료기관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접종분은 물론이고 일부 병원에서는 성인 유료 접종분까지 대기하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은 14일 만 12세 이하 어린이 독감백신 물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청소년용 백신 물량 중 15%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달 25일부터 만 12세 이하와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가운데 최근 일선 의료기관에서 어린이 접종 물량 부족을 호소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만 13∼18세 백신 의료기관 공급분의 15%를 지자체별 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만 12세 이하 부족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의료계에 따르면, 어린이용 백신 부족 사태는 연령대별로 정부의 백신 공급 방식이 달라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 13∼18세와 만 62세 이상에게 접종하는 백신은 정부가 민간업체와 조달계약을 맺고 각 의료기관에 공급한다. 반면 만 12세 이하 대상 접종 물량은 각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구매하게 된다.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출하 승인 완료된 인플루엔자 백신 총량은 2929만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이다. 이 가운데 상온 일탈 및 백색 입자로 인한 독감백신 수거량 106만도스를 제외한 1218만도스가 국가조달물량에 해당한다. 

단, 이 1218만도스에는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만 12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예방접종 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이들 물량은 국가조달방식이 아닌 의료기관 자체 구매방식으로 백신을 확보해야 해 의료기관별로 보유량이 다르다.

특히 자체 구매 방식은 유료 접종분 구매와 동일하게 이뤄지고, 무료 대상자에게 투여했을 때 정부에 비용을 청구해 상환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정한 가격보다 최근 일반 유료 접종분 공급가격이 올라가면서 사전에 준비한 물량을 소진한 의료기관에서 추가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개별적으로 구매한 백신으로 12세 이하 어린이 및 임신부 대상으로 무료 접종한 경우, 백신 비용은 제조ㆍ도매상이 정부 단가 기준으로 구매 가격을 산정하기로 했다. 또 급한대로 13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 독감 백신물량의 15%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같은 사태의 원인에 대해 일각에서는 보건당국이 어린이용 무료 백신의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해 제약사들이 이익이 적게 남는 무료 백신 생산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청은 "의료기관별로 백신 보유량과 접종실적이 달라 일부 의료기관은 보유량이 일찍 소진될 수 있다"며 "지역 보건소가 의료기관별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 내역과 접종 현황 등을 질병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파악해 적극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성인 유료 독감백신도 의료기관에 따라 재고 물량이 없어 대기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료 백신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자체 구매하고 있으나, 13~18세 무료 접종이 다시 재개되면서 유료 물량이 정부 무료접종 사업으로 우선 사용된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9일 만 70세 이상 무료접종 시작과 26일 만 62~69세 접종 시작을 고려하면 '도미노' 품귀 현상도 우려된다. 그러나 정부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 16일까지 국가조달물량 1218만도스의 공급을 완료한 만큼 전체 수량 부족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올해 국가가 시행하는 독감 무료접종사업 대상자 1900만명 가운데 현재까지 약 17.5%인 총 332만4181명이 접종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나눠보면 어린이 대상자(801만4982명) 가운데는 323만9788명(40.4%), 임신부 대상자(304만258명) 중에서는 8만4393명(27.8%)이 각각 접종을 완료했다. 

올해 독감백신 생산분은 약 2964만명 분으로 지난해보다 20%(507만명분) 증량됐기 때문이다. 이에 회수 및 수거 백신 106만 도즈를 제외하고, 추가 물량 40만도즈를 포함할 경우 전체 물량 손실은 미미하다.

따라서 향후 현장에서 발생하는 독감백신 접종 지연 안내는 당일 수요 쏠림으로 인한 단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 대상자를 분산하면 이와 같은 혼란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 백신 수급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접종률 추이 및 백신 공급 내역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라며 "의료기관 개별 백신 구매량의 차이, 사업 초기에 접종자 쏠림 가능성 등을 고려 시 일부 의료기관에서 백신이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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