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년만에 총수 교체, 3세 경영 체제 본격화
경영능력, 지배구조, 미래사업 풀어야 할 세가지 과제
鄭 책임 경영 강화…그룹 체질 개선, 모빌리티 사업 속도낼듯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 회장에 선임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14일 회장으로 선임되며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정 신임 회장의 선임건을 보고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사실상 그룹 경영을 주도해 왔다. 올해 3월에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았고, 이번에 그룹 총수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현대차는 20년만에 그룹 총수가 바뀌었고, 고 정주영 선대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3세 경영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정 신임 회장은 취임 이후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현대차의 혁신과 미래비전을 주도해왔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전례없는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 자동차 회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돌파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추진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 회장과 현대차의 앞날은 녹록치 않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 정 회장 스스로 선대와는 차별화된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정 회장의 낮은 계열사 지분율과 불안전한 지배구조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미래가 불투명한 펜대믹 시대에 확실한 미래사업을 개척해야 한다. 정 회장의 현대차가 시험대에 올라있다.

3세 정의선 시대 개막… 경영능력 시험대 

정 회장은 창업주인 고 정주영 선대회장과 2세인 정몽구 명예회장이 이은 3세 경영인이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고, 건설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의 길을 열었다.

2세인 정 명예회장은 1974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통해 독자경영을 시작해 1977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세웠다. 이후 1998년 현대차 회장에 오른 후, 2000년 이른바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으로 현대차그룹의 홀로서기가 시작됐다. 이후 20여년동안 현대차를 글로벌 톱5로 성장시켰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7월 아들 정의선에게 그룹 경영을 맡겼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지난 2년여동안 나름대로의 경영 능력을 보여주 었다는 평이 나왔다. 반면, 정 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에는 짧은 기간이고 향후 경영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친환경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이 얼마만큼 경영능력을 보여주는 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한다.

불안정한 지배구조… 주력 계열사 낮은 지분율 발목

현대차는 2018년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와 규제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다가 주주들의 반대로 개편 계획을 취소한 바 있다.

이는 정의선 회장의 주력 계열사 지분율이 너무 낮아 경영권이 불안정하기 때뮨이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35%, 기아차는 1.74%다. 이들 주력 계열사 지분을 합하더라도 4.09%에 불과하다.

2018년 현대차가 내놨던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 골자였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모듈 및 애프터서비스(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고, 현대모비스 존속법인을 그룹 지배회사로 하는 방안이었다. ‘정의선→현대모비스(존속법인)→현대차→기아차’의 구조를 만드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는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와 합병을 통한 새로운 회사이고, 정 회장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정 회장은 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갖고 있다.

하지만 당시 미국계 펀드 엘리엇 등에서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부분합병 반대에 나섰고,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 등도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현대차의 개편작업은 무산됐다. 

정 회장은 지난달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질문에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지배구조 개편에대해 정 회장이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 회장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편이 필수"라면서도 2년 전 개편 과정에서 국내외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선례에서 보듯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보고 있다.

미래사업 불투명, 펜대믹 시대… 변화와 혁신 이루나

코로나19로 인한 펜대믹 시대는 이전 경영환경과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업종에 따라 성장, 유지, 퇴출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위기 상황이다. 

현대차는 코로나19 사태 속에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2분기 성적표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현대차 상반기 영업이익은 29.5%, 기아차는 47.7% 줄었지만 다른 글로벌 경쟁 업체와 견주어 보면 괜찮은 편이었다. 

이러한 성과에는 정 회장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기에 발맞춰 그룹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코로나 위기와 미래 대비에 만전을 기한 조치가 한몫했다. .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산업 환경이 급속도로 친환경 부문으로 움직이고, 인공지능을 통한 자율주행과 로봇 등 디지털 기술 등이 합해지면서 전혀 다른 산업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은 정 회장과 현대차를 끊임없이 긴장시키고 시험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작년 10월 임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대차의 미래에 대해 자동차가 5정 회장과 현대차0%, 개인항공기 30%, 로보틱스 20%인 회사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친환경 자동차 부문에서 현대차는 전기·수소차 경쟁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신임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동화 시장 리더십 공고화,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 주도, 자율주행차 상용화,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의 단계적 확대 등을 기술 혁신의 핵심 방향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기술을 얹은 수소전기차를 목표로 지난해  앱티브와의 합자회사 건립을 주도했다. 또한 올해 8월 모셔널(Motional)로 사명을 정한 합자회사는 레벨 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한다. 

완전자율주행 데스트는 올해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2022년에는 로보택시 및 모빌리티 사업자에 자율주행 시스템과 지원 기술을 공급한다.

정 회장은 전기차를 세계 4위까지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역량을 보였지만, 최근 불거진 코나 전기차 화재사건에 따른 대규모 리콜 등 전기차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3세 경영을 본격화한 정 회장과 현대차 앞에 넘어야 할 과제들이 여럿 있는 셈이다.

이상연 기자 l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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