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대화 후 조치'…美 메시지 따라 北 달라질 것
신형 ICBM·SLBM 활용해 대미 협상력 높일 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연설을 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연설을 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열병식을 열어 군사력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대선(11월 3일)이 불과 20일 남짓 남았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북한의 기조는 도발이나 대결보다는 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일 열병식에서 신무기들을 대거 공개하면서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절대로 선제적으로 쓰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북한의 군사력 강화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우리의 군사력이 그 누구를 겨냥하게 되는 것을 절대로 원치 않는다"라며 "우리는 그 누구를 겨냥해서 우리의 전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만약, 만약 그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우리를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나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힘을 선제적으로 총동원하여 응징할 것"이라며 군사력을 협상 카드로 굳히는 모습을 보였다.

연설문 전문에도 '만약'이라는 단어를 연달아 사용하면서 미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대외 전략이 변경될 수 있음을 강하게 암시했다. 미국이 북한에 적대적인 조처를 할 때 무력 도발 등의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임을 부각한 것이다.

아울러 그는 "우리 당은 강력한 군사력으로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녕과 평화와 미래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것은 우리 인민이 더는 고생을 모르고 유족하고 문명한 생활을 마음껏 누리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의 초점이 경제 성장에 맞춰져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 대선의 승리자가 누가 되든 북한은 기본적으로 대결 구도보다는 대화를 통한 대북 제재 문제 해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열병식에 공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역시 미국과의 대화에서 좋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신형 ICBM은 11축(바퀴 22개)의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나왔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장 마지막으로 개발한 화성-15형보다 길이는 4~4.5m, 지름은 0.5m 정도 더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주한미군은 발간한 연례 '2019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화성-15형의 추정 사거리를 8000마일(약 1만2874km)로 표기하며 '미 본토 전 지역 타격 가능'이라고 기술했다. 새로 공개된 신형 ICBM의 사거리도 화성-15형에 밀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향후 미국과의 대화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하나 더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신형 무기에 대한 '시험 발사'가 없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형 미사일은 그 성능이 확인돼야만 인정받는 만큼 무기 공개에 있어 시험 발사는 필수 절차다.

그럼에도 북한이 신무기를 시험 발사 없이 외관만 공개했다는 것은 미국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메시지 발신 효과를 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018년 북한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핵실험과 ICBM 시험 발사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미 대선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도 ICBM과 SLBM을 활용한 협상력을 높인 셈이다.

일각에선 미 대선의 승자를 판가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의 여지를 넓혀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대선 이후 대화 국면이든 시험 발사든 상황에 맞게 준비할 수 있는 포석을 깔아놨다는 분석이다.

한편 북한의 본격적인 대외전략은 내년 개최 예정인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승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화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선 대화 후 조치'라는 기조는 계속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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