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육성으로 전한 유화 제스처에 '대화 재개' 기대감
공무원 피살사건 여전히 부담…"조기 규명 위한 北 호응 촉구"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 수뇌부.(노동신문 캡처)
10일 노동당 창건일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군 수뇌부.(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남측에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 승부수'도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청와대에서는 김 위원장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하노이 노딜' 후 경색된 북미 간 대화에 맞물려 막혀 있던 남북 관계가 진전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읽힌다.

다만, 문 대통령의 구상이 본격화하려면 서해상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한 북측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11일 오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어 북한의 열병식 내용을 분석했다.

상임위원들은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과 함께 "북과 남이 두 손을 마주 잡는 날이 찾아오기를 기원한다"는 김 위원장의 육성 메시지에 주목했다. 이를 '남북관계를 복원하자는 입장'이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남북 정상 간 친서 교환,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김 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통지문에 이어 남북 간 소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과 이달 8일 코리아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거듭 제안, '평화 승부수'를 띄운 가운데 김 위원장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의 대화 의지를 확인했지만, 마냥 관계 복원에 속도를 낼 수 없는 여건이라는 것이 청와대의 딜레마다.

우선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북한을 향한 국민적 반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NSC 상임위에서 전쟁 방지를 위한 남북 합의사항 준수를 강조한 동시에 공무원 피살 사건의 진상이 조기에 규명되도록 북측이 호응해줄 것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가 제안한 공동조사, 군 통신선 복구에 북한이 화답해야 남북관계 복원에 필요한 최소한의 명분도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이 군사력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는 했으나,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한 것 역시 청와대로서는 신중한 대응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당장 국방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북한이 새로운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를 공개한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실질적인 군사적 긴장 완화에 호응하라"고 촉구했다.

공무원 피살 사건의 궁극적 해결 등이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교가에서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당장의 구체적 행동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 역시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라고 언급한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국면이 어느 정도 지나가고 난 뒤에야 본격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맥락에서 문 대통령 역시 종전선언 추진에 진력하기보다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데 방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대북제재 등을 피해 방역·보건 협력 등 남북이 할 수 있는 일부터 이행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다가오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문 대통령의 다음 구상이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남북미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후보 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브라이언 매키언 전 국방부 수석부차관은 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김 위원장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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