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삶과 죽음의 문제 시를 통해 극복한 시인의 가치 평가

2020 노벨문확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2020 노벨문확상 수상자 루이즈 글릭

올해 노벨 문학상은 미국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77)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현지시간) "글릭은 꾸밈없는 아름다움을 갖춘 확고한 시적 표현으로 개인의 존재를 보편적으로 나타냈다"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그의 시는 명징함으로 특징을 지을 수 있다"라며 "어린 시절과 가족의 삶, 부모와 형제, 자매와의 밀접한 관계에 시의 초점을 맞추곤 했다"라고 평가했다.

한림원은 “그는 시 속에서 자신의 꿈과 환상에 스스로 귀를 기울이면서, 누구보다도 자신의 환상과 정면으로 대응해왔다”고 한림원은 논평했다. 글릭은 자전적 배경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자기고백적인 시인으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한림원은 지적했다.

그가 보편성을 추구한 작품 세계는 신화와 고전작품들의 모티브에서 얻은 영감으로 장식돼 있다. 한림원은 글릭의 저작 가운데 '아베르노'(Averno)를 꼽으면서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의 신인 하데스에 붙잡힌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몽환적이고 능수능란하게 해석했다고 호평했다. 최근 시집인 <독실하고 고결한 밤> 역시 시각적으로 장대한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글릭은 1943년 뉴욕 태생으로 예일대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1968년 '맏이'(Firstborn)를 통해 시인으로 데뷔한 이후 곧바로 미국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한명으로 급부상했다. 

특히 1992년 출간한 대표작 '야생 붓꽃'(The Wild Iris)으로 퓰리처상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상을 받았고 미국도서상, 미국비평가협회상, 불링겐상, 월러스 스티븐스상 등 시 부문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시인이다. 

그럼에도 글릭은 한국에서는 생소한 시인일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거의 연구가 되지 않은 시인이다. 미국 내에서조차 수많은 수상 경력에도 불구하고 비주류 문인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정은귀 한국외국어대 영문학과 교수는 "글릭은 미국에서도 저평가된 시인"이라며 "퓰리처상 등 저명한 문학상을 받았지만, 미국에서도 메인 스트림에서는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비평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글릭의 시는 고독, 상실, 트라우마, 고립, 죽음, 배신 등으로부터 받는 고통을 극복하고 삶을 복원하는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런 글릭의 시 세계는 순탄치 않았던 그의 삶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글릭은 청소년기에 거식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대학에 가서도 거식증으로 학업을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다. 글릭은 또 두 차례 이혼하는 등 성인이 돼서도 힘든 과정을 겪었다.

정 교수는 "글릭은 거식증을 극복하려고 7년간 싸웠다.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 병, 상실, 인간사의 아픔을 겪었고, 이를 시로 표현했다"면서 "그의 시에는 자연 세계가 등장하는데, 인생의 죽음, 질병, 트라우마, 재난 이런 것들을 통과하고 나올 수 있도록 돕는 긍정의 씨앗을 자연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글릭의 수상 배경에 대해 "인간 삶의 고통을 알고, 이를 넘어서는 복원력과 회복력을 자연과 일상 속에서 찾는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 같다"면서 "특히 코로나라는 대위기 속에서 예측 불가능한 대전환의 시기를 맞아 모두가 고립과 단절, 불안 속에 있는 상황에서, 어린 시절부터 삶과 죽음의 문제를 고민하고 이를 시를 통해 극복해낸 시인으로서 가치를 높이 평가한 듯하다"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ps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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