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조성길 한국행 남은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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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조성길 한국행 남은 의문들
  • 백민일 기자
  • 승인 2020.10.07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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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3국 체류 중 수차례 자발적 한국행 타진”
정부 도움으로 입국… 딸 문제로 한국행 공개 원치 않아
탈북 배경은 여전히 의문

2018년 11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종적을 감췄던 조성길 전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는 제3국 체류 도중 우리 정부에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지난해 7월 자진해서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의 국내 입국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한국에 자진해서 왔다”며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우리가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의 자발적인 한국행 의사를 정부가 확인해 망명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전 대사대리가 처음부터 한국행을 원한 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201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잠적한 뒤 미국 스위스 등 제3국 망명설이 끊임없이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 내지 북·미 관계 개선을 이유로 미국으로의 망명은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 등은 이미 제3국으로 망명해 있던 조 전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보기관의 보호 하에 이탈리아로 돌아와 모처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서방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망명에는 반북단체 ‘자유조선’도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조 전 대사대리가 미국, 이탈리아와 같은 서방국과 자유조선 등의 조력을 받아 한국으로의 망명을 택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전 의원은 “북한에 있는 가족 걱정 때문에 본인이 한국에 온 것이 알려지는 것을 당연히 원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에 남아있던 미성년 딸은 북한으로 송환된 것으로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외교부가 확인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딸에 대한 북한 정부의 처분을 감수하고도 한국으로 온 데엔 그만한 급박한 사정이 있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현재 조 전 대사대리는 안전가옥(안가) 생활을 하며 정부 산하 대북 연구기관에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딸의 신변과 연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신이 수면 위로 드러날 경우 딸에게 가해질 불이익을 염두에 둔 것이란 설명이다.

탈북을 결심한 배경애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평양에서도 특권층에 속하는 조 전 대사대리가 탈북을 결심한 데는 10대 중반으로 알려진 아들의 의향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전해들은 한 대북 소식통은 "이미 서방권 문화에 적응한 아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길 꺼렸다"면서 "자녀 교육 문제 등 가족의 미래를 걱정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 대사대리는 그러나 망명 과정에서 고등학생인 딸을 데려오지는 못했다. 그의 잠적 이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당시 이탈리아 매체들이 전했다. 

일각에선 그가 맡은 임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유럽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치품 조달을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제재가 점차 강화하면서 사치품 등 물품 조달에 차질을 빚게 되자 심리적 압박을 느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외교관은 외화벌이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이른바 ‘충성자금’을 바쳐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 할당된 금액을 바치지 않으면 문책 및 소환을 당한다. 소환 명령이 떨어지면 북한으로 돌아가 혁명화 교육을 받든가 노동수용소에 가야 한다.

자금을 관리하다 보면 밀거래 등 부패 문제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는데 조 전 대사대리도 잠적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 부패 문제가 거론됐다. 이 경우에도 북으로 돌아가 문책을 당한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1997년 황장엽 전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20여년 만의 북한 최고위급 인사의 한국 망명이란 점에서 김 위원장에게 상당한 타격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이 사안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접촉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 의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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