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도 이하 동결백신 27만도스…예방적 차원서 수거·접종 차단
주사관 막히는 등 접종 현장 문제점 나타날 수도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
독감 백신 앰플의 모습

질병관리청이 인플루엔자 국가무료접종사업 백신 가운데 유통과정 중 온도 일탈 문제로 효능 저하가 우려되는 48만명분(도스)을 수거하기로 했다. 안전성 검사 결과 이들 제품의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수거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유통 과정 중 상온노출이 의심돼 품질 검증을 진행한 독감백신은 총 539만 도스다. 이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안전성 및 품질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효능 저하가 우려되는 총 48만 도스의 백신에 대해 전부 수거하기로 했다. 안전성에 문제는 없지만, 일부 효능이 없을 수 있는 '물백신' 발생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해당 물량의 접종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얘기다.
 
수거 대상 48만 도스는 △호남지역 분배과정에서 야외 주차장 바닥에 노출된 17만 도스 △ 0℃ 미만 온도로 운송된 27만 도스 △온도 일탈 상태로 13시간 넘게 배송 차량에 보관된 2000도스 △개별 운송을 통해 온도가 확인되지 않은 3만도스 등으로 보고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백신의 투여 안전성에 이상이 없고, 품질 안정성 평가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정은경 청장은 "상온에 일부 노출이 됐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고 품질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하지만 품질에 우려,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백신 유통 과정에서 벌어진 온도 일탈 문제로 접종자와 접종 시 여러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백신을 보관할 때 고온인 경우 백신 내 단백질의 화학적 변화가 초래돼 효능이 떨어지고, 저온일 때는 물리적인 형태 변형으로 인해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집에서 물이나 액체류 음식을 얼렸다 녹이고 할 때 뿌옇게 침전되는 현상이 있듯이 백신이 동결돼도 마찬가지"라면서 "백신은 가느다란 주사관을 통해서 접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물리적인 현상에 의해 주사관이 막히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우려가 있는 백신만을 48만 도스로 분류해 수거하고, 앞서 정부백신조달사업 총액 계약 시 추가 구매한 여유분 34만 도스와 나머지 491만 도스에 대해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번에 식약처가 총 8개 제품, 78개 제조번호, 1만2736도스의 백신을 사용해 다양한 온도 조건에서 백신의 품질이 유지되는 지 확인한 안정성 시험에서는 25도와 37도의 환경조건을 가정해 시험이 진행됐다.

그 결과, 8품목 모두 25℃, 24시간 이상의 조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7도의 경우 8품목 중 5품목은 72시간 이상, 1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이 유지되었으며, 나머지 2품목은 12시간 조건에서 품질에 변화가 나타났다.

다만, 이번 콜드체인 조사결과 37℃ 조건에서 운송된 백신은 없었고, 유통품에 대한 수거검사 결과 항원단백질 함량 및 불용성 미립자 시험 등 모든 시험항목에서 적합한 것으로 판정됐다.

정은경 청장은 "저희가 올해 백신을 총액 구매를 하면서 1259만 도스를 계약을 했고, 여유물량 34만 도스를 추가로 더 구매를 한 바 있다"며 "34만 도스를 활용해 수거한 접종에 대해서 대체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무료 독감백신 국가예방접종 사업은 예방접종전문가위원회를 거쳐 연령별 접종 일정 조정 등 구체적인 계획수립 후 10월 12일께 재개할 예정이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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