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목격자와 객관적 증거 있어"…전씨 측 "헬기사격은 허구"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지난 4월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지난 4월27일 오후 광주 동구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89)가 검찰로부터 징역 1년6개월을 구형받았다.

전씨에 대한 선고가 11월30일에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법원이 헬기사격을 인정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의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혐의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은 검사와 변호인의 최후 의견진술이 진행된 가운데 검사는 전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검사는 "목격자와 함께 객관적인 증거가 있다"며 "전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전일빌딩 감정결과에도 거짓말쟁이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진실을 바로세워달라. 실형 선고로 전씨의 부정의한 정의를 바로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전씨 측은 "헬기사격은 허구다. 1980년 5월 헬기에서는 단 한발의 총알도 발사된 적이 없다. 그것이 역사적 진실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조비오 신부가 주장한 내용은 그동안 조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조종사들은 헬기사격에 대한 구두명령은 있었지만 서류로 명령서를 달라면서 헬기사격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고 무죄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헬기사격'의 유무다.

일반적인 명예훼손과는 달리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사실을 적시할 때는 범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헬기사격이 있었는데도 조비오 신부를 거짓말쟁이나 사탄 등으로 적시했다면 범죄가 인정되지만 헬기사격이 없었다면 사자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검찰은 그동안 재판에서 전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증언과 국과수 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며 5·18 당시에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반면 전씨 측 변호인은 헬기사격을 부인해 왔다.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실장,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 등은 19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반면 군 관계자 등은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것이다.

다만 비슷한 쟁점을 두고 진행됐던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명예훼손이 인정돼 배상책임이 있다고 민사재판부는 판단했다.

지난 2018년 9월15일 광주지법은 조영대 신부 등이 전씨와 전두환 회고록을 출판한 전씨의 아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법원은  헬기사격과 관련해 '계엄군의 진압 활동을 고의적으로 왜곡하려는 사람들의 악의적인 주장'이라고 하거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등으로 표현한 것은 조비오 신부와 조영대 신부 등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법원은 전일빌딩 총탄 흔적에 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안감정서와 헬기사격을 실제로 본 다수의 목격자들 진술, 전교사가 작성한 전투상보,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등을 이유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또 1980년 5월22일 접수된 육군본부 작전지침에 '폭동이 확산된 군 단위에는 상공을 감시정찰 비행해 지상부대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사격 제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점도 명예훼손의 이유로 꼽았다.

이에 법원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 전 대통령 등이 5월 3단체와 5·18기념재단에 각각 1500만원씩, 조영대 신부에게 1000만원 등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또 전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서도 총 69개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출판과 배포 등을 금지한다고 했다.

한편 사자명예훼손 혐의 재판의 양형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김성지 기자 ksjo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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