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이념 지형 ‘왼쪽’ 이동하면서
40~50대 주축으로 탄탄한 지지층 형성”
“대북관계·부동산·4월 재보선이 관건”

임기 1년 8개월을 남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하향 곡선을 긋고 있다. 집권 후반기 레임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지만, 여러 악재가 터질 때에도 40% 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집권 4년차 추석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40% 후반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3일 나타났다. 역대 대통령의 4년차 지지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견고한 수치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임기 전반부에 비해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KBS가 여론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전국 성인 1천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7.0%를 기록했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전국 성인 1천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는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평가가 51.5%로 50%를 넘겼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갤럽의 조사를 기준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위기를 맞았을 때조차 40%에서 1%가량이 빠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이하를 기록한 것은 조국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 가을과 부동산 시장이 출렁였던 올 여름뿐이었다. 지난해 10월 셋째 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사퇴 여파 탓에 39%를 기록했고, 올해 8월 셋째 주 부동산 급등세와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 보유 논란이 한창일 때 다시 39%로 내려앉앗다. ‘최악’의 지지율일 때도 2017년 5월 대선 당시 득표율이던 41.1%보다 2% 포인트 가량만 빠진 것을 보면, 지지층의 결집도가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아래로 좀체 내려가지 않는 것에 관해 여러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 이념 지형의 변화를 꼽는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한국 사회 정치 이념이냐 성향 변화 추이를 보면 보수가 중도화하고, 중도가 진보화하는 쪽으로 이동했다”라고 말했다. 보수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지형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충격이 일어난 뒤 중도와 진보 쪽이 두터워지는 쪽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여당이 압승한 지난 4월 총선 결과를 보면 진보 진영의 합계 득표율은 48.3%로, 당시 미래통합당으로 단일화되다시피 한 보수진영의 득표율 33.8%를 크게 웃돌았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유권자 40%가량은 촛불 참여 지지층으로 대표되는 진보, 중도층으로 봐야 한다”라며 “이 지지층이 문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이룬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의 주축은 40∼50대다. 이들은 조국 사태와 최근 추미애 장관 아들 군 복무 특혜 의혹, 부동산 파동 속에서도 꾸준히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 연령대는 이른바 민주화라는 집단적인 정서를 공유한다”라며 “문재인 정부 외에 다른 대안, 특히 보수 야당으로 지지를 바꾸는 것은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성향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대의 경우 비록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 정서가 강하지만, 40∼50대처럼 선악의 구도로까진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야당이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고, 여전히 대선주자는 눈에 띄지 않는다. 한때 윤석열 검찰 총장이 지지율 1위를 기록했으나 대선이 2년이 채 남지 않은 지금에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작 직접 등판론까지 돌 정도다.

정당 지지율 역시 부동산 파동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하는 듯하다가, 극우 태극기 부대 등과의 거리 두기에 실패하면서 다시 주저앉았다. 이준한 교수는 “야당으로 지지율이 이동할만한 요소가 잘 안 보인다”라며 “여전히 많은 유권자가 야당이 기댈 만한 정당, 대선에 승리할 정당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 인한 국난 사태도 문 대통령 지지를 지탱하는 데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케이(K) 방역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며 정점을 찍은 올해 5월에는 70%를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은영 대표는 “코로나 위기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대통령이 힘을 갖고 상황을 통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적어도 연말까지는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러나 예측불허의 변수와 고비는 늘 존재하는 법이다. 추석 직전 터진 북한군에 의한 어업지도원 총격 사망사건은 주검 발견 여부 등에 따라 향후 정국의 방향을 흔들 변수로 꼽힌다.

비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대단히 미안하다”라고 사과하며, 일단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근본적으로 좌절될 위험은 피했다.

그러나 월북과 주검 훼손 여부를 두고 우리 군 당국의 발표와 어긋나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혹은 진상 규명을 둘러싼 남북 갈등이 커질 경우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결정적인 장면이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 전문가들이 짚는 맥도 일치한다.

유창선 평론가는 “제일 중요한 고비가 이 보궐 선거다”라며 “부산 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 시장 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정치적 타격이 상당하다. 그 순간 다음 대선 승부도 안갯 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에 큰 영향이 미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이은영 소장 역시 “4월 재보선이 기점”이라며 “서울 시장 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전체 정치판의 변동성이 높아진다. 야당도 그때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끝내고 대선 조직으로 정비가 될 것이기 때문에 판이 흔들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늘 인화성이 큰 문제인 부동산과 대북 문제도 집권 후반기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단숨에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