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몸에 연유 발랐다 보고"…與 소각 문구 삭제
국제법 위반 여부 핵심…北 면피성 부인 가능성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피격 사건 당시 상황을 둘러싸고 남북간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북한의 '시신 훼손' 여부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29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시신에 연유(燃油)를 발라 소각했고 이를 우리 군이 확인했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과 관련 "피격 사건과 관련한 첩보 재분석 작업을 진행중"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시신 훼손에 대한 기존 판단은 변화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따로 그 이후로 다른 말씀을 드린 적은 없었다"며 기존 판단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날 답변은 기존 입장은 일단 유지하지만 당시 첩보들을 재분석하는 과정에서 최초 설명과 다소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이번 사건과 관련 처음으로 밝힌 입장문에서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북측 해역에서 발견된 우리 국민에 대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었다. 

군 관계자는 당시 백브리핑에서 "북측 선박이 일정거리를 유지한 채 실종자가 유실되지 않게 한 활동이 있었고 이후 상부지시로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방독면,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실종자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튿날 청와대 앞으로 보낸 통지문에서 '총격으로 시신이 사라져 A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만 소각했다'며 이를 정면 반박했다. 

그러자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한 정부 기조도 '확인'에서 '추정'으로 한 발 물러난 듯한 모양새가 됐다. 이후 여당은 대북규탄결의안에서 '시신을 불태웠다'는 문구를 삭제했고 국민의 힘측이 반발하면서 결의안은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시신 훼손 여부'는 북한의 국제협약 위반과 잔혹성을 규명할 핵심이기도 하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앞서 25일 "북한의 행위는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규약에서 보장하는 생명권과 신체의 안전 위반일 뿐 아니라 전시 적용되는 제네바협약과 추가의정서 등 국제인도법 위반"이라며 "향후 책임자를 전쟁범죄로 처벌 가능한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시신 훼손이 사실일 경우 이번 사건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C)로 전선이 옮겨갈 수 있으며, 이는 그간 '정상국가'를 강조해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는 이번 사건을 '불법 침입자 단속 과정서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규정한 북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의도성을 부인함으로써 국제사회 비난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또한 북한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우리 군 당국의 초기 대응은 더욱 거센 비판이 불가피하다. 

해경은 A씨 실종신고가 접수된 21일 함정 20척과 항공기 2대를 투입해 수색 작전을 하다 24일 국방부 발표 직후 중단했다. 또 '시신을 안태웠다'는 북한의 입장 표명이 있은 뒤부터 해군과 해경 함정 36척을 동원 대대적 수색에 돌입했다. 섣부른 북한의 시신훼손 단정으로 시신 수습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다만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할 때, 사건 당시 우리 군은 시긴트(SIGINT·신호정보) 첩보자산을 활용 북측 통신 내용을 감청한 정보를 바탕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정보 자산이 북측에 노출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구체적 정보 공개를 피하는 상황이다.

여당과 정부당국은 이러한 첩보 내용을 보고받은 뒤 A씨가 앞서 우리 군의 최초 설명대로 월북 의사를 표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는 A씨가 신원 확인 요구에 '불응'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유독 시신 훼손 부분은 북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군이 첩보 내용을 그대로 공개할 수 없는 상황과 이번 사건에 대한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남북관계 개선 계기로 삼으려는 청와대 사이에서 자기 모순에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태훈 기자 thk@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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