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 “예외적 싱황” 보고에도…검찰 "청탁 아냐”
민원실이라 걸려온 전화…결국 밝히지 못한채 종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서모씨(27)의 군 특혜 휴가 의혹을 약 9개월 동안 수사한 검찰이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불기소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두고 서둘러 마무리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는 지적들이 많다.

◇檢 '장교에게 직접 연락해 휴가 연장' 문제없다는데….

고발(1월3일) 이후 약 8개월간 수사를 고의적으로 미뤄왔다는 의혹을 받은 검찰은 추 장관 서면조사(9월26일) 이후 이틀 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검찰이 확보한 추 장관과 당시 보좌관 최씨의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내역을 살펴보면 두 사람은 서씨의 휴가 연장과 관련해 두 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 연락에서도 석연치 않은 점이 발견된다. 특히 2017년 6월21일 최씨가 "지원장교에게 예후를 좀 더 봐야 해서 한 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며 "예외적 상황이라 내부 검토 후 연락주기로 했다"고 보고한 대목이 눈에 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최씨는 당시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대위에게 연락해 서씨의 병가를 추가로 연장할 수 있는지 물었고 김대위는 병가 대신 정기휴가(개인연가)를 사용하라고 답했다.

이후 김대위는 당시 미2사단 지역대장 이모씨(대령 예편)에게 상황을 보고했고 이씨는 서씨의 휴가를 승인해준 것이다. 이후 김대위가 서씨에게 휴가 승인 및 복귀일까지 직접 알려줬다.

서씨의 3차 휴가는 '소속 섹션 선임병장·지원반 인사계원 구두보고→지원반장 서면보고→지역대장 서면보고→지역대 인사에서 개인별 휴가증 작성·지역대장 관인날인→휴가증 지참'이라는 군 내부 일련의 절차를 깨뜨린 것이다.

이는 '예외적 상황'이라는 추 장관과 최씨의 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검찰은 추 장관과 최씨에게 청탁금지법위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봤다.

검찰은 "청탁금지법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위반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행위'를 청탁해야 하나 병가(청원휴가)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시행령' 등에 따라 30일 이내의 범위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추 장관이 청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뚜렷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라며 추 장관의 서면조사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추 장관은 서씨 병가 연장 관련 지시를 최씨에게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민원실·지원반장에게 걸려온 전화는…결국 미궁 속에

국방부 민원실에 걸려온 전화의 정체도 결국 밝히지 못했다.

국방부 연대통합행정업무시스템상의 서씨와 당시 미2사단 본부중대 지원반장 이모원사의 면담 기록을 보면 '병가 연장에 따른 통화 및 조치'라는 제목 아래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는 대목이 있다.

이 때문에 추 장관 혹은 그의 남편이 국방부에 민원 전화를 걸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추 장관은 이를 지속적으로 부인해왔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해 "전화를 건 사람은 여성이고, 신상 기록에는 추 장관 남편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취지로 폭로했지만 한 언론은 전화를 건 사람도 남성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민원실에 걸려온 전화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고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2017년 6월 해당 기간의 국방부 민원상담센터 민원처리 대장, 민원 상담콜 녹음자료(약 1800건) 등 전화 자료들을 다량 조사했으나 민원 내역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원사는 검찰에 '국방부 민원실'이라고 소속을 밝힌 남성으로부터 '서씨의 병가 연장 관련 민원이 있으니 설명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으나 신원은 알지 못하고 청탁이나 외압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통신내역은 보존기한이 이미 지났고 당시 이원사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확보하지 못해, 이원사에게 실제로 전화를 건 사람이 누군지를 규명하지 못했다.

반면 서씨는 이원사와의 면담 당시 이원사가 '직접 묻지 왜 국방부에 민원을 제기하냐'고 지적하자 보좌관 언급이 부담돼 '부모님이 민원을 제기한 것 같다'고 둘러댔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누군가가 민원실에 민원을 제기했고, 민원실 소속 남성이 이원사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서씨는 애초에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부모님이라고 면담에서 둘러댄 것이다.

검찰은 민원실에 민원을 제기한 인물과, 이원사에게 연락을 취한 민원실 소속 남성이 누구인지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서씨 부모가 직접 민원을 제기하는 사실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수준으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고의 조서 누락 의혹에…검사·수사관 재차 "들은 바 없다"

서씨 의혹 수사에서는 수사를 진행한 서울동부지검도 의혹의 대상이 됐다. 조서에서 추 장관과 서씨에게 불리한 대목을 고의로 제외하고 수사를 지연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31일 조선일보는 신원식 의원실을 인용해 서씨 부대 관계자가 '추미애 의원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군에 전화를 걸어 휴가 연장을 문의했고 이 사실을 검찰에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다음날 즉시 동부지검은 '추미애 의원 보좌관이 병가 요청했다'는 부대 관계자 진술이 없었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그 다음 날 신 의원은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반박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발표에서 "김대위는 의혹이 제기된 후 2회 조사에서 '문답 과정에서가 아닌 다소 맥락 없이 이야기 한 것이고, 조서에 남기지 말자고 제가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검사 및 수사관은 일관되게 처음 김대위를 조사할 당시에는 그와 같은 진술을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좌관이 서씨 부대 장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휴가 연장을 문의했다는 대목은 쉽사리 놓치기 힘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는 '보좌관의 전화를 받았다'는 김대위의 증언이 담긴 녹취록이 이번 사안에 불을 댕기기도 했다.

군 내외부에서는 서씨 수사가 추 장관에게 큰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현역군인 신분인 김대위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진술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혹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의적 수사 지연 의혹에 검찰은 1~4월까지는 코로나19 발병 및 인사이동으로 당사자 소환이 어려워 자료만 입수하고 5~7월에는 제보자 및 군 관련자를 조사하는 등 성실히 수사했다고 해명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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