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차 유엔총회서 기조연설…"종전선언에 유엔·국제사회 힘 모아달라"
'남·북·중·일·몽' 참여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제안…"다자적 협력, 北 안보 보장 토대"
'핵심쟁점' 비핵화 해법 없이는 한계…방역협력체 제안도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75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3일(뉴욕시간 22일)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화상으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일반회의에서 유엔 회원국 중 10번째로 한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반도에 남아 있는 비극적 상황을 끝낼 때가 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며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종전선언은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의 첫 시작으로,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종전선언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유엔총회 기조연설 때에도 "한반도는 65년 동안 정전상황이다. 전쟁 종식은 매우 절실하다"며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세계평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유엔 정신이 가장 절박하게 요구되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한국은 변함없이 남북의 화해를 추구해왔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며 북한이 참가한 평창동계올림픽과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를 풀기 위한 '전쟁 불용', '상호 안전보장', '공동번영'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비무장지대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을 소개, "하지만 지금도 한반도 평화는 아직 미완성 상태에 있고 희망 가득했던 변화도 중단돼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라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가 반드시 이뤄질 수 있다고 변함없이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남과 북은 '생명공동체'"라고 전제한 뒤 "산과 강, 바다를 공유하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감염병과 자연재해에 함께 노출돼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함께 협력할 수밖에 없다"며 "방역과 보건 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과정에서도 대화와 협력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 세계는 자국의 국토를 지키는 전통적인 안보에서 포괄적 안보로 안보의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 이제 한 국가의 능력만으로 포괄적 안보 전부를 책임지기 어렵다"며 "한 국가의 평화,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며, 다자적인 안전보장 체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그간 주장해 왔던 '평화경제'와 재해재난 및 보건의료 분야에서의 남북 간 협력을 상기시킨 뒤 "나는 오늘 코로나 이후의 한반도 문제 역시 포용성을 강화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생각해주길 기대한다"며 북한을 포함해 중국과 일본, 몽골, 한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여러 나라가 함께 생명을 지키고 안전을 보장하는 협력체는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다자적 협력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전선언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행동에 대한 '상응조치'로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북미협상이 멈춰선 가운데 미국이 종전선언에 동의할지 장담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북미 간 이견을 좁히지 않고는 종전선언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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