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창건일 군사 행보 가능성 주목…'명분 쌓기' 예상
수해 복구 성과 눈앞…잠잠하던 대외 행보 시동거나

북한이 한동안 중단했던 대남 비난 메시지를 최근 연달아 내고 있다. 주요 이슈가 한미 군사 행보인 점을 미루어 볼 때 북한의 군사 행보에 관한 '명분 쌓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필두로 한 '대적 사업' 이후 이렇다 할 대남 비난을 전개하지 않아 왔다. 6월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 이후 남북 관계는 한동안 소강상태였다.

그러다 최근 선전매체를 활용해 대남 비난전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지난 16일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남한이 내년도 국방예산을 전년보다 5.5% 높은 약 53조 원을 편성한 것을 맹비난하며 대남 비난전을 재개했다.

또 지난 20일 선전매체 '메아리'는 한미 양국이 외교부 국장급 실무협의체인 '동맹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데 대해 "예속과 굴종의 올가미"라며 폄훼하기도 했다. 남북 정책에서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남측의 기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지난 21일 한미 국방부의 '맞춤형 억제전략'을 두고 "남조선 군부와 미국이 공조를 운운한 '맞춤형 억제전략'은 있지도 않은 '위협'을 전면에 내걸었다"라며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우리 공화국을 선제타격한다는 위험천만한 북침 핵전쟁 전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의 대남 비난은 사흘 연속 이어졌다. 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22일 남측이 태평양에서 펼쳐진 다국적 해상연합훈련에 참여한 것을 두고 "가뜩이나 첨예한 조선반도의 긴장을 한층 더 격화시키고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몰아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대남 비난이 군사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두고 자신들이 계획하고 있는 군사 행동 전개를 위한 명분을 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10일)을 앞두고 북한이 군사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 같은 행보가 이어져 눈길을 끈다.

다만 지난 10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에서 어떤 체제 불안의 징후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당 창건일을 계기로 한 북한의 군사 행보 징후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 14일 서욱 신임 국방부 장관 역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가능성에 대해 "현재 SLBM 발사 임박 징후는 식별되지 않고 있다"라며 북한의 군사 도발 가능성을 낮게 점친 바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군사 행보를 예고한다기보다는 내부 상황이 안정화됨에 따라 외부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고도 볼 수 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온 수해 복구 사업이 마무리되어감에 따라 국정 운영이 정상화되며 대남 비난 기조를 재개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18일 실시된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당시에는 장마철 수해로 내부 복구에 집중하던 터라 외부 상황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 상황이 다소 정리된 만큼 한미 동맹을 견제하는 기존의 입장을 한동안 지속해나갈 수도 있다. 또 오는 미국 대선(11월3일)에 맞춰 한동안 잠잠하던 대외 행보도 다시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해석되지 않는 선전매체를 통해 전개되는 대남 비난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북한이 일종의 상황관리를 위한 차원으로 여론전을 펼칠 뿐 당국 차원의 행보로 해석되는 것은 원치 않아 이 같은 방식을 구사할 수도 있다. 당국 차원의 행보일 경우 우리 측의 대응이 이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응과 수해 복구 등에 집중하며 올해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의 주제를 경제 성장에서 위기 극복으로 변경한 상태다. 내치에 집중하며 정치적 기념일을 보내야 할 상황에서 대외 행보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의 대선이 혼전을 이어가고 있는 점도 북한이 섣부르게 대외 메시지를 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북한은 '10월의 명절'로 규정한 당 창건 기념일까지 견제 차원의 대외 스탠스만 유지하며 국면을 살핀 뒤, 내년 1월로 예정된 제8차 당대회를 목표로 본격적인 대외 행보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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