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배후설' 주장에도 당시 카투사 병사 증언 속속
'불공정' 민감한 2030세대의 분노가 증언으로 이어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연일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의혹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아닌 카투사 출신 전·현직 군인들이 이끌어 가는 모양새다. 8개월간의 수사로도 확인하지 못한 특혜 정황들이 이들의 제보와 증언으로 쏟아지고 있어서다. 

검찰은 의혹의 실체를 조사하면서 수사를 넓혀가기보다는 이들이 제기한 의혹과 정황을 확인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진영논리를 앞세우며 실체가 불분명한 배후설을 운운하고 있어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1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추미애 장관 아들 서모씨의 군 복무 당시 '특혜 휴가' 의혹을 사실상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당직 사병이었던 A씨다. 서씨가 휴가 중이었던 지난 2007년 6월25일 당직 근무 중이었던 A씨는 서씨의 휴가 미복귀 사실을 확인한 뒤 서씨에게 부대 전화로 연락해 복귀를 지시했다. 

통화종료 20분쯤 뒤 이름을 모르는 한 대위가 당직실로 찾아와 '서 일병 휴가 처리했으니 미복귀가 아닌 휴가자로 정정해서 (보고를) 올리라'고 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서씨 변호인은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당시 이미 휴가처리가 돼 당직사병과 통화할 일도 없었다며 "A씨가 말하는 모든 상황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서씨 측이 A씨의 증언을 거짓으로 몰아가자 이번에는 당시 카투사에서 함께 복무했던 또 다른 동료와 현씨와 당시 상황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은 친구들이 가세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씨가 소속한 부대의 선임병장 B씨는 2017년 6월25일 밤 서씨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았다. '이미 해결이 다 돼 있다.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그날 저녁 당직근무를 하던 A씨가 서씨에게 전화해 '복귀하겠다'는 답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사건 당일 B씨는 오후 8시50분쯤 저녁 점호 도중 서씨가 부대에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에게 이 같은 사실을 듣고서 서씨에게 '오후 10시까지 복귀하라'고 한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B씨는 A씨가 '혹시 검찰에서 너 불렀어'라고 묻자 '다녀왔다. 기억나는 대로 얘기했다. 형(A씨)이 언론에 말한 거랑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보도는 전했다

추가 폭로도 이어지면서 '엄마 찬스' 의혹은 더욱 커졌다. 서씨가 카투사에 복무했을 당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이모 전 대령이 서씨의 군 복무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 전 대령은 지난 11일 일부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서씨의 용산 부대 배치 여부와 동계올림픽 통역병 선발 등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서씨 복무 당시 부대 최고책임자였던 이 전 대령은 지난해 11월 대령으로 전역했다.

이들 외에도 서씨와 비슷한 시기 카투사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사병들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씨의 같은 부대 행정병이었던 C씨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서씨가 병가를 다녀온 뒤 정상적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면 해당 서류는 미2사단 지역대 인사과 PC에 보관돼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씨가 병가 19일을 다녀온 뒤 진단서를 비롯한 필수서류를 제대로 제출했을 경우 해당 서류는 부대 PC에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검찰이 남은 기간 수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추 장관을 소환할지 여부 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제보와 증언 따라 수사한다'며 '뒷북 수사'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서씨와 같이 근무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불공정'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서씨의 군 복무 특혜 의혹에 가장 크게 반응하는 것은 20·30세대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젊은 세대가 모이는 한 유명 커뮤니티에는 추 장관과 서씨 관련 글이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 (국회의원 당시) 보좌관이 뒷 수습하는 사람이냐" "추미애 장관 무죄라는 사람 이해 안 간다"는 글이 눈에 띈다.

일부 '서씨가 충실하게 군복무했다'는 증언도 나오지만 젊은 세대의 분노를 달래기엔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여권에서 추 장관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미애 장관 아들 의혹 제기를) 누가 시켰는지 배후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적었다. 그는 "추 장관 아들 특혜 병가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당직병 출신 제보자가 육본 대위의 외압이라고 왜 거짓말을 했을까"라며 의문도 제기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직병 이름을 공개하며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자 사과했지만 '배후설' 의혹은 접지 않고 있다.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배후설이 나오는 데는 진영논리가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면서 "추 장관 아들 의혹은 진영논리로 해결하기엔 너무나 무거운 사안인 데다 국민 정서와도 괴리가 발생하면 부메랑이 돼 여권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오동윤 기자 ohdy@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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