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허가 가능성 낮아…단기 영향 불가피
거래선 다변화로 타개…반사이익 가능성도

미국 정부의 중국 IT(정보통신)기업 화웨이(HUAWEI)에 대한 추가 제재 발효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들은 이번 제재가 수출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5일(한국시간)부터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를 사용해 생산된 물품을 화웨이와 공급하기 위해서는 미 상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요건도 구매자와 중간 수취자, 최종 사용자 등으로 구체화했다.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주요 기업들의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에 미국의 기술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번 화웨이 추가 제재 발효로 15일부터는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화웨이와 거래할 수 없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이날부터 화웨이에 패널 공급을 중단한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화웨이 매출 비중은 한 자릿수 후반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화웨이의 거래에서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제재로 인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는 미 상무부에 대(對) 화웨이 수출 관련 특별 허가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승인 가능성은 낮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수출규제 및 경제제재 분야 전문가인 이수미 미국 Arnold&Porter 변호사는 지난 10일 한국무역협회 주관으로 열린 '화웨이 최종 제재안 및 우리기업의 대응방안 웨비나'에서 "'풋노트1 룰'(Footnote 1 Rule)이 적용된 제품이라면 잠정적으로 (허가를) 거절한다는 게 미국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화웨이 관련 제재의 영향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재의 영향이 전 세계 제조사에 미치는 만큼 한국 기업에만 피해가 국한된 것은 아닌데다가,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제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지난 5월 이후 화웨이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지만 8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8% 상승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화웨이의 빈 자리를 오포(oppo)·비보(vivo) 등 다른 중국 업체들이 메울 수 있다고 내다본다. 화웨이라는 거래처는 사라지지만, 스마트폰이나 통신장비 등의 수요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에서 IBM이나 엔비디아, 퀄컴 등의 업체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따오면서 실적 하락을 방어할 요인이 생긴 상태다.

오히려 삼성전자 입장에선 화웨이의 부재가 스마트폰과 5G 통신장비에서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화웨이가 국내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영향이 미비할 것으로 본다. 화웨이는 주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용하고 있다.

임인영 기자 liym2@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