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 매입은 '남북협력사업' 법적 정의에 포함 안돼
보건의료교류협력법, 강제 동원 및 파견 관련 내용은 언급 없어

정부와 여당이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남북교류'와 관련한 법안들이 예상보다 거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중심에는 정부안으로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교류협력법)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남북 보건의료의 교류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안'(남북의료교류법)이 있다.

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이 삼성전자의 주식에 투자해 김씨 일가의 비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고, 북한 주민이 우리나라 강남 소재 부동산 등에 직접적으로 투자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언론과 정치권을 통해 제기됐다.

아울러 남북의료교류법이 제정·시행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전염병이나 재난·재해 발생 시 국내 의사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북한에 강제로 동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러한 주장과 우려는 '북한 퍼주기' '남한보다 북한이 먼저' 등 북한과 정부에 대한 인식에 반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사실일까. 법안의 내용들을 하나씩 들여다보자.

◇ 노동당이 삼성전자 주식이나 강남 아파트를?…'협력사업' 아니어서 "불가"

남북교류협력법이 지난 7월27일 입법 예고된 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 노동당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 보도했다. 또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2일 구두 논평을 통해 "정부는 우리 국민들은 못 사는 집들을 북한은 쓸어 담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면서 북한 기업이 국내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교류협력법 개정안 17조 3항(경제협력사업)을 살펴보면 남북이 상대방 지역이나 제3국에 공동으로 투자하고 사업수행 결과 발생하는 이윤을 투자비율이나 계약조건에 따라 분배받을 수 있다. 지급 수단은 우리나라 증권·채권은 물론 외화증권이나 외화채권도 가능하며, 토지나 건물 및 이에 사용되는 수익권, 산업재산권, 저작권, 지식재산권, 광업권, 어업권 등으로 지급이 가능하다.

이러한 내용만 봤을 때는 북한 당국이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허용해 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이 정의하고 있는 '협력사업'의 의미를 살펴보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이나 '강남 아파트나 토지'를 사들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교류협력법 2조(정의) 5항에 따르면 '협력사업'은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공동'으로 하는 문화, 관광, 보건의료, 체육, 학술, 경제 등에 관한 모든 활동"이다. 법에 명시된 협력사업은 남북이 공동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북측이나 남측의 일방적인 매매나 투자는 허용하지 않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경제협력사업은 경제 분야에서 남북한 주민이 공동으로 하는 '협력사업'으로 북한 주민이 국내 주식·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를 갖고 '경제협력사업'에 대한 조항이 새롭게 신설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

교류협력법 개정안 17조 3항에 포함된 사항들은 이미 1994년 12월 통일부 고시 '남북경제협력사업처리에 관한 규정'에 담긴 내용들이다. 때문에 기존 고시에 있는 내용을 법치주의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상향 입법하는 것으로, 문 정부에서 새롭게 제시된 법이라고는 볼 수 없다. 고시에는 경제협력사업 이외에도 사회, 문화, 협력사업, 북한지역 사무소 설치 등의 내용이 이미 포함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교류협력법이 북한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부분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는 쌍방 간 활동이 가능하다. 사실 남북 간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면 북한 기업의 대남 진출에 비해 우리 기업의 대북 진출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우리 측 지역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한 것은 1990년 교류협력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30년간 가능했음에도 실질적으로 북한 기업의 대남 투자가 이뤄진 것은 0건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개성공단 조성 등 대북 투자를 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교류협력법에 따라 모든 남북 간의 방문·교역·협력사업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우리 정부가 승인하고 있으며, 승인 과정에서 관계부처와 함께 대북제재, 국가안보 질서유지 등 모든 우려 사항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북한에 남한 의사 강제 동원?…강제적 의미는 포함돼 있지 않아

신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남북의료교류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의료인력을 '강제성'을 가지고 유사시 북한에 파견하려 한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 의원의 발의안을 언급하며 "유사시 의료진을 북한에 보내는 법이 논의 중"이라면서 "그들이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밝혔다.

발의된 법안의 논란이 된 부분은 제9조(재난 공동대응 및 긴급지원)이다. 여기에는 '정부는 남한 또는 북한에 보건의료 분야 지원이 필요한 재난이 발생할 경우 남한과 북한의 공동대응 및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 등의 긴급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법 조항 어디에도 '강제성'을 띄는 대목은 없다. 사실상 유사시 북한에 의사를 강제 동원·파견하는 내용의 법이 아닌 셈이다.

의사나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력 교류 외에도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의 필요성은 예전부터 강조돼 왔다. 남과 북은 지정학적 구조상 전염병이나 큰 자연재해에 같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신 의원과 함께 이번 법안을 함께 검토해 온 통일보건의료학회는 1일 "남북의료교류법은 신 의원이 발의하기 전에 이미 정의화 전 국회의장(19대)을 비롯 안명옥(17대), 윤종필(20대) 전 의원 등 지금의 야당 국회의원들에 의해 세 차례 대표 발의됐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정치적 성향을 떠나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은 중요시돼 왔던 것을 의미한다.

한편 남북 간 보건의료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법안이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남한 의사의 북측 파견은 남북 간 합의가 있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 우리 측의 법안이 설사 강제성 있는 법안으로 개정된다고 하더라도 남북 당국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매우 긴급한 상황이어도 보건의료인력·의료장비·의약품의 파견이나 지원은 불가하다. 최소망 기자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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