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위임통치' 분석은 오해 불러…권한 분담으로 봐야
"북한 권력 중심은 노동당…김여정 후계자, 2인자도 아냐"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국가정보원이 8월 20일 국회정보위원회 비공개 현안보고에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북한 국정 전반에 있어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보고하면서 국내에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국정 전반에 위임통치를 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은 전혀 없으며 후계자도 결정 안 됐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된 ‘김정은 위임통치’의 형태는 국정전반과 대미・대남 총괄은 김여정에게, 경제분야 총괄은 박봉주 국무위원회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군사분야 총괄은 최부일 군정지도부장과 리병철 당중앙군사위부위원장에게 각각 총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하태경 의원은 위임통치의 배경은 통치 스트레스 때문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통치 스트레스'가 높아져서 줄이는 차원"이며 "정책 실패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돌아올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 의원은 국정원 보고를 바탕으로 "김여정 부부장이 사실상 2인자"라고 못박았다. 

사실 올해 들어 김여졍 부부장의 약진은 눈에 띌 정도다. 김 부부장은 2020년 2월 당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해임된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대신 조직지도부를 책임지게 됐고, 그 결과 4월 당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재보선됐다. 이후 김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을 대신해 자신의 명의로 대남 및 대미 담화를 직접 발표했고, 급기야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를 직접 지시하는 등 강경대응을 주도하면서 ‘실질적 2인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서는 직접 지시했다는 분석 외에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또는 노동당의 재가를 받아 수행했다는 애기도 나온다. 즉, 김 부부장이 후계자이거나 실질적 2인자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당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를 개최해 총참모부가 제기한 ‘대남군사행동계획’을 보류시킴으로써 김 부부장의 대남 사업에 직접 제동을 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최근 서해북방한계선(NLL)에서 일어났던 우리 국민의 총격사살에 대해 북한 통전부가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사과를 담은 전통문을 즉시 보낸 것은 모든 것을 직접 결정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국정운영방식에 본질적 변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활동이 없는 동안 박봉주, 리병철, 김덕훈 등 당 핵심 간부들이 태풍피해지역에서 현장지도하는 장면이 노동신문 1면 상단에 전면 컬러사진으로 보도되면서 '위임통치'의 단면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그러나 8월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국정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이러한 위임통치 논란은 수그러들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8월 한 달 동안 당전원회의(제7기 제6차)뿐만 아니라 세 차례의 정치국 확대회의(제15차・제16차・제17차회의)와 두 차례의 정무국회의(제4차・제5차)를 연이어 주재하면서 국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존재감을 확고히 부각시켰다.

이와함께 북한이 수령절대주의체제의 특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국정원이 밝힌 김정은의 위임통치는 사실과 차이가 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 의원이 언급한 ‘위임 통치’, ‘권한 이양’ 등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한다. 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이 일부 권한을 분담받긴 했지만 통치에 직접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위임 통치는 권력을 나눠주는 것인데 그런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북은 '당(노동당)'이 최고 위치에 있는 체제이다. 김일성·김정일 때는 당을 좌우할 정도의 권력을 보유했지만, 김정은은 그렇지 못하다"며 국내 '위임통치'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위원장이 노동당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을 움직이는 실체는 백두혈통이 중심이 된 집단지도체제 형태의 노동당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김여정이 후계자니 2인자니 하는 얘기는 사실과 부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도 정상국가로 변화한 지 꽤 됐고, 김정은 이후 또 김씨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없디"고 잘라말했다.

소식통은 '김여정이 김정은의 동생인 만큼 힘이 부여된 건 맞지만 그의 대남 강성 발언(담화)이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같은 것을 스스로 했다기보다는 당과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의 후계자도, 위임통치를 할 수 있는 2인자도 아니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코리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