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개된 유엔 제재 리스트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기업
추후 제재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을 北 기업 대안으로 찾아야
정부가 남북 간 물물교환(작은교역)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겠다고 공언했지만 첫 사례로 검토 중이던 남측의 설탕과 북측의 술을 교환하려던 사업이 백지화됐다.
향후 정부는 문제가 된 북측의 대상 기업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를 제외하고 물물교환을 위한 검토를 나서겠다는 방침을 세운만큼 물물교환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25일 관심이 모아진다.
통일부는 최근 남측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남북 물품 반출입 승인 여부를 검토했다. 1억 5000만원 상당의 북한 술 35종을 설탕 167톤과 맞바꾸는 게 내용이었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국제 제재 대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날까지 통일부는 유엔 제재 리스트를 기준으로 판단했지만,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통일부는 "북측 거래 상대방이 제재 위반 기업인지 여부는 유엔제재 리스트를 기준으로 일차적으로 판단한다"면서 "그 이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 통일부의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남북 물물교환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것으로 여야 의원들을 통해 알려졌다. 회의 이후 여야 의원들은 "(물물교환 사업이) 철회된 것으로 봐야한다"고 밝혔지만 통일부는 "철회라는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물품 반출입 승인 등과 같은 구체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대안을 마련해 물물교환의 사업의 추진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통일부는 전날 "물물교환은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북측 계약 상대방인 여러 기업들 중 하나로 통일부는 해당 기업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남북 물품 반출입승인을 신청한 기업과 계약내용 조정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입장을 냈다.
이러한 통일부의 입장은 문제가 된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아닌 다른 북측 기업을 통해 물물교환을 한다면 물물교환 사업의 재추진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술과 설탕과 같은 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품목을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아닌 북측 기업이 할 수도 있다고 통일부는 보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도 통일부는 유엔 대북제재 리스트에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걸러내지 못했다는 데 있다. 통일부는 1차적으로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 리스트를 판단하는데, 이 때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자체는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유엔)제재 리스트에 있는지 여부가 1차적인 것이며 참고로 대북 제재 리스트는 약 200여개있다"면서 "제재 리스트에 북측 기업이 설사 없다고 하더라도 제재 우려는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보기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재 대상 리스트에 명확히 없더라도 우려가 있다면 그에 준해 검토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관련 우리 정보당국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정보망을 통해 제재 위반의 우려를 제기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 공개된 유엔 대북제재 리스트 외에 미국이나 우리나라 자체 리스트에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추후 통일부가 물물교환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북제재에 걸리지 않는 북측의 기업과 우리측 민간단체와 연락이 닿아야 하는 부분이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방역 때문에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있고 북한 당국도 외부 지원은 한동안 받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 간 물물교환이 탄력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해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물물교환사업이 좌초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시한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 위반 외 기업 해당 기업의 입장, 현재의 남북관계 등 종합적으로 대북정책을 할 때 통상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들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작은교역과 관련 대북제재의 저촉 되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백민일 기자 bmi21@korea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