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설탕-北 술 '물물교환' 사실상 무산…다른 방안있나
작은교역으로 대화 복원 나서려던 평화 구상에도 제동

오는 27일 취임 한달을 맞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오던 '작은교역'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남북간 교류협력으로 물꼬를 틔워보려던 이 장관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24일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남측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교류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이 북측의 기업이 유엔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보고하면서 해당 사업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남한의 설탕과 북한의 술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형식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당 사업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취임 초기부터 남북간 교류를 통해 대화 복원에 나서겠다는 이 장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이 장관은 청문회 준비 과정부터 이른바 '작은교역' 방식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우회해 물물교환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를 통해 남북간 경협을 마중물 삼아 대화에 나서겠단 방안이었다. 

또한 이 장관은 '먹·아·죽(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싶은 것)'에서 출발해 남북이 합의를 이뤘던 보건의료, 공동방역, 기후환경 3개 분야에 구체적인 협력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지난 취임 한달여간 4선 여당 원내대표 출신인 이 장관의 행보는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다. 이 장관은 취임 3일만에 민간단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물품 반출을 승인하고, 민간단체 대표들과 종교계와도 면담을 통해 교류협력을 당부했다. 

취임 첫 주말에는 대북 접경지역인 강원도를 방문,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금강산 개별관광에 대해 언급하는 등 남북 교류협력에 강한 추진 의지를 보였다. 

또한 지난 1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서는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가감없이 전했다. 이 장관은 "제재 관련 협의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면서도 "아쉽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남북간 대화 복원 물꼬를 틔우기 위해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외부적인 상황 여건도 녹록치 않다. 당장 코로나19 상황이 재확산되면서 북한도 빗장을 더 단단히 걸어잠근데다, 최근 한반도에 쏟아진 폭우로 인한 수해 피해 복구에 몰두하는 중이다. 

이 장관은 이런 어려운 상황을 의식한 듯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 면담 당시 했던 발언 중 일부를 게시했다. 이 장관은 해당 글에서 "최근 제 마음도 많이 급하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다만 통일부는 해당 사업 외에도 민간 차원의 물물교환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만큼 대북제재를 우회한 남북간 교류협력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통일부가 다양한 형태의 물물교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고, 북한의 기업들 역시 계약 체결에 나서는 등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작은교역' 성격의 민간 교류가 머지않아 성사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 등 외부환경적 요인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어 이를 뚫고 나갈 수있는 또 다른 창의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민대호 선임기자 mdh50@korea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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